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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집값이 2040년 가구 수 감소와 함께 장기 하락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로 인해 주택 보유 수요가 줄어들며 노후 주택을 중심으로 빈집이 발생해, 2050년에는 전체 주택 중 13%가 비어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 역시 도쿄 중심부에서 출퇴근 시간이 한 시간 넘게 걸리는 베드타운은 2045년 집값이 30% 이상(2018년 기준) 급락할 것이라는 경고가 제시됐다.
건설사업관리(PM) 전문기업 한미글로벌은 23일 인구문제 전문 민간 씽크탱크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한미연)과 공동으로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인구구조변화가 가져올 새로운 부동산 시장,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와 우토 마사아키 도쿄도시대 도시생활학부 교수가 각각 한국과 일본의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부동산 시장 변화 전망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초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에도 불구하고 1·2인 가구기 늘어나면서 가구 수는 2039년에 2387만 가구로 정점을 찍고 2040년부터 감소 추세로 전환할 것”이라며 “2040년경 총주택수요량도 정점에 도달하기 때문에 실질주택가격은 그 이후 하락 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는 수도권보다는 지방이 더 일찍 집값 하락 전환을 하고, 사람이 몰리는 도시는 주택 가격 하락을 경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교수는 향후 주택 가격이 정체·하락 추세를 보이면 재건축·재개발 수요가 낮아지며 노후 주택들이 대거 빈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40년에 건축연령이 40년 이상인 주택은 약 855만 호로 전체 주택의 30% 수준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 교수는 “노후 주택의 재정비가 어려워지면서 노후 주택이 빈집으로 변하고 주변지역이 황폐화·공동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2050년께 전체 주택 재고의 13%가 빈집, 실질적 빈집은 7.8%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총주택수요량이 감소하기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에 노후화된 주택의 재생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고령자 보유 주택을 유동화할 필요성도 거론했다. 고령층 가구는 거래 비용의 문제로 실제 수요보다 더 큰 면적의 주택에 사는 경향이 있는데,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해 작은 평수로 집을 옮기는 ‘주택 다운사이징’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세대 간, 가구원수 간 주택의 미스 매칭을 해결할 수 있고 고령자들은 매매 차액으로 노후 소득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날 연사로 나선 우토 교수도 일본의 주택 가격 장기 전망에 대해 이 교수와 비슷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우토 교수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2045년 수도권인 도쿄권의 주택 자산 가치는 2018년보다 94조 엔(약 840조 원) 감소한다. 특히 도쿄 중심부에서 멀수록 하락폭이 크다. 도쿄 중심부에서 통근 시간이 30분 이내인 곳은 2045년 주택 가격이 2018년 대비 9.9% 떨어지지만, 60분이 넘어가면 29.8%, 90분은 48.2%, 120분은 54.7% 하락이 예상된다.
우토 교수는 주택 가격 디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책으로 주거·업무·여가 등의 다양한 기능을 서로 가까운 곳에 배치하는 ‘콤팩트 시티’ 전략을 제안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보다는 기존 도심을 고밀 개발하는 방식이 주택 자산 가치를 방어하고 고령화에 대비하기에도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과 정운찬 한미연 이사장, 김선규 호반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주제발표 이후에는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를 좌장으로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 방송희 주택금융연구원 수석연구원, 차학봉 땅집고 미디어본부장 등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전망과 대응책에 대해 토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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