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로 글로벌 증시 랠리를 이끌던 엔비디아 주가가 주말 새 10% 폭락하면서 국내 증시도 출렁이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늦춰지고 중동 리스크까지 겹친 가운데 AI·반도체 고점론까지 불거지면서 투자심리가 꺾인 것으로 분석된다. ‘갓디비아 행렬’에 올라탔던 서학개미는 물론 국내 반도체주 투자자들도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 1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전장 대비 10% 급락한 762달러(105만 원)에 마감했다. 지난주에만 14% 하락해 1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굳건할 것만 같던 엔비디아의 상승 균열은 종가기준 지난달 25일 950.02달러를 기록한 이후 시작됐다. 특히 19일엔 831.50달러로 시작한 주가가 10% 내린 762달러까지 빠지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2조1020억 달러에서 1조9230억 달러로 2150억 달러(약 296조 원)가 증발했다.
최근 상승세를 탔던 AI와 반도체에 대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며 매도세가 몰린 영향이다. 네덜란드 ASML이 발표한 신규 수주액이 시장 기대를 밑돌고 대만 TSMC도 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은 것도 ‘셀(Sell) 엔비디아’에 영향을 미쳤다. AI 칩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엔비디아는 칩 제조의 대부분을 TSMC에 맡긴다.
ELS 손실 우려 커지나…서학개미도 비상
엔비디아의 폭락에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8일 기록한 엔비디아의 신고가(974달러)와 비교하면 22.8% 하락하면서 녹인(Knock-in) 불안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엔비디아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해외주식형 ELS의 발행 금액은 1133억 원이다. 엔비디아를 단일 자산으로 하는 ELS의 발행 금액만 45억5000원에 달한다. 특히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지난달에 발행된 엔비디아 단일 자산 ELS는 33억 원이 넘는다. 엔비디아의 주가 하락세가 계속된다면 손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학개미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19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엔비디아를 사들인 금액은 6만6160달러다. 지난달 말(8만1073달러)과 비교하면 1만5000여 달러가 줄었지만, 여전히 테슬라에 이어 해외주식에서 상위 두 번째로 많이 투자하고 있는 종목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영향…“회사 성적표가 중요”
이처럼 엔비디아 주가 하락이 이어지며 국내에 미칠 파급효과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직·간접적 영향이 작용하는 모습이다. 다만 시장에선 각 회사의 성적표가 중요하다면서 전망치 변화 여부에 시장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93%, 0.98% 빠진 7만6100원, 17만1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7.58포인트(1.45%) 오른 2629.44에 마감했는데, 두 회사는 시가총액 1, 2위로 시가총액비가 25%가 넘지만 시가총액 상위 15개 종목 중 두 회사와 삼성전자우(-1.99%), 네이버(-0.82%)를 제외한 종목이 모두 상승을 기록해 지수가 오름세로 마감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저가 기준 3.22%, SK하이닉스는 3.64%까지 빠지다 장 막판 하락 폭을 줄였다.
이런 현상은 엔비디아의 급락 여파로 풀이된다. 엔비디아 밸류체인에 속한 SK하이닉스와 HBM(고대역폭메모리) 납품을 준비 중으로, 간접적 영향을 받는 삼성전자 등에 투자자들의 매수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다만 시장에선 엔비디아 급락 등 외부의 흔들림에도 회사 성적표가 중요하다는 평가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오는 25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3조4023억 원 적자) 대비 흑자로 돌아선 1조7928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1분기 잠정실적을 내놓은 가운데 이달 30일 정확한 실적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발 AI 쇼크로 해당 산업 성장의 불안감이 높아진 만큼, 산업 내 경쟁 및 수요를 둘러싼 이들의 전망치 변화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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