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터치하는 등 ‘킹달러’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은행의 달러·엔화예금 잔액은 감소하고 있다. 달러 환차익을 보기 위해 달러예금 투자자들이 돈을 뺀 반면, 일본 엔화 상승을 기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식은 것으로 보인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5일 기준 달러예금 잔액은 544억2700만 달러로, 3월 말(573억7700만 달러)보다 (29억5000만 달러) 줄었다. 지난해 말(628억5000만)보다는 84억2300만 달러 감소했다.
환율이 고점을 찍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환차익을 보기 위해 돈을 빼면서 달러예금 잔액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1289.4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엔 1346.80까지 올랐고, 이달 14일에는 17개월 만에 장중 1400원을 터치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82.2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392.9원까지 올랐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보복 공습에 맞서 이란 본토에 대한 재보복을 감행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고조된 영향이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이스라엘의 재보복 공습에도 1400원은 넘지 않았다. 일단 1400원이 상반기 중 고점은 될 것 같다”면서 “배당 역송금 시즌도 끝나가는 상황에서, 5월에는 아래쪽으로 더 열려 있다고 보지만 당분간 1350원대는 유지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엔화예금 잔액도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15일 기준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1조1851억 엔으로 보름 전인 3월 말(1조2160억 엔)과 비교해 309억 엔 줄었다. 지난해 12월 이후 약 4개월 만에 감소세다.
1년 전인 지난해 3월 6224억 엔이었던 엔화예금 잔액은 12월 1조1331억 엔으로 1조 엔을 돌파했다. 지난해 하반기 원·엔 환율이 800원대로 떨어지면서 엔화예금 수요는 크게 늘었다. 올해 1월 1조1574억 엔, 2월 1조2130억 엔으로 매수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달 일본은행이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음에도 엔화 약세가 지속되자 투자심리가 꺾인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일 재무장관이 원화와 엔화 통화가치 급락에 우려를 표했고,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엔화 가치가 상승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우에다 가즈오 일본 중앙은행 총재는 수입물가가 오르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은행은 이달 25∼26일에 금융정책결정회의를 개최한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엔은 4월 회의에서의 정책 가이던스에 주목하며 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라면서 “정책 피벗 이후에도 정상화의 과정이 느린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말까지 점진적인 엔화 강세를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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