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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재료연구의 시작점입니다. 실제 공장에서 이뤄지는 배합·가류 공정을 재현한 미니어처에 해당합니다.”
18일 대전시 유성구 한국테크노돔의 가류배합실 앞. 유리창 너머로 50㎝ 길이의 검은색 고무조각 십 여 개가 널려 있었다. 120도 이상의 고온에 십 여 분 이상 쪄낸 고무혼합물들이었다. 불규칙한 표면에 울퉁불퉁한 가장자리, 질긴 질감까지 유사한 모습이었지만 내용물은 각기 달랐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 같아 보이지만 천연고무, 카본블랙 등 100여가지 원료를 각각 다르게 조합한 결과물”이라며 “최적의 배합을 찾기 위한 과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원료배합은 각 연료별, 계절별로 최적화된 타이어를 개발하기 위한 핵심 요소다. 각 성분의 비율에 따라 마모도, 인장력 등 타이어의 특성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협력해 ‘VCD(Virtual Compound Design) 시스템’을 개발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온도·배합순서·압력 등 다양한 변수에 따른 수 십만 가지의 경우 중 최적의 결과를 찾는다. 6개월에서 3년이 소요되는 혼합물 개발기간을 절반 가량 줄일 수 있다.
‘플랫 트랙(Flat Track) 시험실’은 고속으로 회전하는 타이어의 굉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런닝머신 바닥과 유사해 보이는 매트 위에서 회전하던 타이어는 속도를 바꿔가면서 방향을 비틀었다. 각 상황에 따라 맞은 편에 위치한 컴퓨터에 실시간으로 데이터 값이 입력됐다. 운행 상황을 연출해 성능을 평가하는 플랫 트랙은 최대 250㎞/h 속력까지 측정이 가능하다. 자동차 무게 이상의 하중을 가하며 타이어가 극한 상황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무향(無?)실, 핵자기공명 시험실,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등 수많은 분석, 검증 과정을 거친 타이어가 소비자와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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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의 ‘최종 테스트베드’는 충남 태안에 위치한 한국테크노링이다.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탑승한 기아 ‘EV6′ 차량은 전문 인스트럭터의 운전에 따라 고속주회로에서 약 220㎞/h로 빠르게 달렸다. 고속주행하던 차량이 38도 가량의 경사노면 위로 올라타니 온 몸이 뒤로 젖혀졌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중력이 온몸을 짓누르는 느낌이었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지면을 붙잡고 있는 타이어가 발 아래로 느껴졌다.
테크노링의 시그니처인 고속주회로는 강한 접지력이 필요한 레이싱카·전기차 타이어 등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데 유용하다. 총 길이는 4.58㎞로, 최고 속도 250㎞/h의 고속 운행시의 안정성 평가가 이뤄진다. 바닥은 가장자리로 갈수록 높아져 아시아 최대의 경사각인 42도까지 기울어진다.
고기현 한국테크노링운영팀장은 “고속주회로를 포함해 원선회로, 오프로드 등 13개의 트랙을 갖추고 있는 아시아 최대 시험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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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테크노플렉스(총괄), 테크노돔(연구개발), 테크노링(테스트)이라는 3대 거점이 첨단 시설로 구축된 이유는 타이어 회사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혁신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타이어회사라는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첨단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제품의 기능향상 뿐 아니라 선도기업이라는 이미지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타이어는 2022년 출시한 전기차 타이어 ‘아이온(iON)’을 풀라인업으로 제작하며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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