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9자리(1억 달러 이상)의 계약도 무리가 아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은 1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아메리칸 패밀리 필드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와 원정 맞대결에 유격수, 6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 2볼넷을 기록했다.
지난 2021시즌에 앞서 샌디에이고와 4+1년 최대 3900만 달러(약 545억원)의 계약을 통해 빅리그 무대를 밟은 김하성은 데뷔 첫 시즌 117경기에 출전해 54안타 8홈런 6도루 타율 0.202 OPS 0.622의 성적을 거두는데 그쳤다. 평균 150km를 넘나드는 빅리그 투수들의 빠른 볼 적응에 애를 먹었던 탓이었다. 하지만 김하성의 부진은 오래가지 않았다.
김하성은 이듬해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손목 부상과 금지약물 복용으로 인해 2022시즌을 통째로 날리게 되면서 찾아온 기회를 제대로 잡았다. 김하성은 공격에서 150경기에 출전해 130안타 11홈런 59타점 타율 0.251 OPS 0.708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준 것은 물론 수비에서는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로 선정되는 기쁨을 맛봤다. 이때부터 김하성의 가치는 수직 상승했다.
샌디에이고가 2022시즌이 종료된 후 잰더 보가츠와 11년 2억 8000만 달러(약 3914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으면서 타티스 주니어와 함께 세 명의 유격수 자원을 보유하게 되자, 김하성의 트레이드에 대한 문의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에 대한 소유권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김하성은 2루수로 포지션을 옮겨 2023시즌을 치렀는데, 그야말로 김하성의 빅리그 커리어에서 정점을 찍었다.
김하성은 시즌 막판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성적이 크게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152경기에 나서 140안타 17홈런 60타점 84득점 38도루 타율 0.260 OPS 0.749로 다시 한번 도약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셔널리그 2루수는 물론 유틸리티 부문에서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로 선정됐고, 유틸리티에서 ‘MVP’ 출신의 무키 베츠(LA 다저스)와 코디 벨린저(시카고 컵스) 등을 제치고 아시아 출신 내야수 메이저리거 역대 최초로 황금장갑을 품에 안았다.
이 같은 활약 덕분에 김하성은 2022-2023년 겨울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오프시즌에도 수많은 구단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이번 겨울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MLBTR)’에 따르면 김하성을 주목하고 있는 구단은 무려 17개 팀에 달했다. 특히 김하성이 2024시즌이 종료된 후 뮤추얼(상호동의) 옵션을 발동하지 않을 경우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앞두고 있고, 샌디에이고가 무리한 지출을 해왔던 탓에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그 열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이번에도 김하성의 거취에는 변함이 없었다. 물론 이 상황이 올 시즌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 샌디에이고가 트레이드 마감을 앞두고 포스트시즌 경쟁력을 잃게 된다면, 언제든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될 수 있는 까닭. 그러나 김하성은 올해도 마찬가지로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시즌을 시작하게 됐고, 16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김하성은 19경기에 출전해 15안타 2홈런 4도루 타율 0.221 OPS 0.745를 기록 중이다.
김하성은 지난 10일 시카고 컵스와 맞대결이 종료됐을 때 2할 타율까지 붕괴되면서 타율이 0.196까지 떨어졌었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나쁘지 않다. 김하성은 11일 컵스전에서 3루타를 포함해 멀티히트를 기록하더니, 13일 LA 다저스와 맞대결에서는 역대 메이저리그 투수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상대로 시즌 2호 홈런을 터뜨렸다. 그리고 전날(15일)의 경우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지만 4볼넷을 얻어냈고, 16일 또한 1안타 1타점 1득점 2볼넷으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이러한 가운데 ‘MLBTR’은 16일 2024-2025년 FA 파워랭킹을 선정했다. 그리고 김하성은 9위에 이름을 올렸다. 매체는 “김하성은 25세의 KBO 슈퍼스타로서 엄청난 팡파르를 받으며 메이저리그에 왔다. 그리고 5번째 시즌에 뮤추얼 옵션이 포함된 4년 28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뮤추얼 옵션은 일반적인 조치이며, 보통 양 측 모두에 의해 거의 행사되지 않는다. 김하성의 경우 뮤추얼 옵션을 거절하고, 현재 그에게 보장되고 있는 3~4배의 계약을 찾기 위해 FA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짚었다.
‘MLBTR’은 “김하성은 루키 시즌에 부응하지 못했지만, 이후에는 메이저리그에 꽤 잘 적응했다. 김하성의 파워는 매년 증가하며 지난해 개인 최다인 17개의 홈런을 쳤고, 38번의 베이스를 훔쳤다. 볼넷 비율은 매년 상승해 2023시즌에는 12%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괜찮은 파워, 강력한 출루 기술, 플러스의 스피드는 김하성에게 많은 매력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김하성의 글러브는 아마도 가장 큰 셀링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계속해서 ‘MLBTR’은 “김하성은 2루, 유격수, 3루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엘리트 내야수다. 지난해 첫 골드글러브를 수상했지만, 그것이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며 “세 포지션 중 어느 곳에서도 김하성을 평균 이하로 평가하는 지표는 없다. 김하성은 2루수로 1000이닝, 3루수로 600이닝, 유격수로 1600이닝 이상을 기록했다. DRS와 UZR, OAA는 김하성이 세 포지션에서 모두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하성은 유격수로 1600이닝 이상을 뛰면서 DRS +23, OAA +10을 기록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2024시즌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김하성의 가치를 1억 달러 이상(약 1399억원)으로 측정했는데, MLBTR 또한 마찬가지 전망을 내놓았다. ‘MLBTR’은 “김하성은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올해 20홈런, 10% 이상의 볼넷, 40도루를 기록하고 골드글러브 수비를 펼칠 수 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김하성은 29세에 2025시즌을 뛰게 된다. 9자리(1억 달러 이상)의 계약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직까지는 공격과 수비에서 제 능력을 맘껏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김하성은 충분히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지난해 활약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만 증명해 낸다면 ‘잭팟’ 계약은 결코 꿈이 아닐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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