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리알화 가치, 역대 최저로 곤두박질
테헤란주가지수, 일일 최대 하락폭 기록
“이스라엘, 방공에 하루 2조원 가까이 필요”
이란 국제공항, 15일까지 항공편 전면 취소
이란이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피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향한 사상 첫 공격을 감행하고 나서 전면전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양국 경제도 파탄 위기에 내몰렸다.
14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이란이 대규모 공격에 나선 후 이란 리알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 대비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란 리알화 시장 환율 고시 사이트 ‘본바스트’에서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달러·리알 환율은 사상 처음으로 장중 달러당 71만 리알(약 2만3300원)을 돌파했다. 이후 달러당 67만 리알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1월 초와 비교해 리알화 가치는 30%가량 하락했다.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화 대비로도 리알화 가치는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앞서 2018년 이란 정부는 달러당 4만2000리알을 공식 환율로 설정했지만, 시장에서는 비공식 환율이 통용되고 있다. 이스라엘을 겨냥한 공격으로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리알화 가치가 곤두박질을 쳤다.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 당시 제재로 지금까지도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어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될 공산이 커졌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 여파는 증시로도 번졌다.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이어지자 이날 이란 증시 벤치마크인 테헤란주가지수(TEDPIX)는 1만1000포인트 이상 미끄러져 역대 하루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에 테헤란증권거래소는 시장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15일부터 3일 동안 일일 가격 변동 폭을 1%로 낮추기로 했다.
6개월 이상 지속된 가자지구 전쟁으로 국방비 지출이 컸던 이스라엘도 경제 위기에 놓였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과 함께 이란이 발사한 드론과 미사일을 99% 요격했다고 밝혔지만, 천문학적인 방공망 운영 비용을 계속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이스라엘군 재정고문의 발언을 인용해 “이란의 폭격을 막아낸 아이언 돔 등 자국군 방공체계 운영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람 아미나흐 이스라엘군 예비역 준장은 “단거리 요격에 쓰이는 아이언 돔과 별도로 탄도탄 요격용 애로우 미사일은 쏠 때마다 350만 달러(약 48억4300만 원), 중거리 미사일 요격용 데이비드 슬링은 100만 달러 등이 소요된다”며 “하룻밤에만 40억~50억 셰켈(약 1조4694억∼1조8368억 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로 전 세계는 바닷길에 이어 하늘길도 좁아지게 됐다. 이스라엘은 봉쇄했던 자국 영공을 다시 열었지만, 안전 불안감이 커지자 항공사들은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항공편의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이란 수도 테헤란의 관문인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은 15일까지 모든 비행편의 운항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란의 영공은 유럽과 인도 또는 동남아시아를 오가는 항공사들이 자주 이용하는 경로여서 항공 교통의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한편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바닷길은 이미 홍해에서의 혼란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은 지난해 11월부터 글로벌 해상 무역의 핵심 경로인 홍해를 장악하면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간접적으로 지원해 오고 있다. 이에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선박들은 경로가 더 길고 비용이 더 많이 드는 아프리카 희망봉 루트로 우회하고 있다. 여기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바닷길 동맥경화가 심화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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