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압승하면서 한국전력공사와 가스공사, 두산에너빌리티 등 에너지, 원전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추진 동력을 잃은 것은 물론 에너지정책 방향도 기업들에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전은 총선 전인 지난 9일 2만 2250원으로 거래를 마쳤으나 10일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가스공사도 9일에는 2만 6750으로 거래를 마쳤으나 12일에는 2만 4700까지 주가가 내려갔다.
지난 정부와 국회에서부터 줄곧 요금인상 억제, 원전 확대 반대를 주장하는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당이 되자 에너지정책 방향도 그에 맞게 변화할 것이란 관측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총선 공략으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당초 2018년 대비 40% 감축에서 52%로 상향 △재생에너지 비중 현재보다 3배 이상 확대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비율 상향 △2040년까지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 등 수많은 비용이 필요한 정책들이 대부분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전기, 가스 등 에너지요금 대폭 인상이 필요하지만 전반적인 물가가 여전히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정부 입장에선 상반기 일부 흑자가 난 한전과 가스공사에게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총선전까지 계속 눌러온 에너지 요금 정상화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여당의 참패로 동력이 떨어진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에너지요금 정상화\’, \’시장원칙이 작동하는 에너지시장\’ 실현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보조금 확대, 재정투입을 내세우는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것도 이들 기업의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여당으로 다수 의석을 차지했던 지난 정부에서도 임기 내내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았다.
결국 한전의 누적적자가 40조원을 넘어서면서 전력시장이 마비될 지경에 이르자 현 정부가 7차례, 총 40%의 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그결과 지난해 11월 1만 6000원대까지 떨어졌던 한전 주가는 지난 3월 3년 만에 최고치인 2만4800원까지 반등하기도 했다.
야당의 압승으로 정부의 원전 확대 추세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전 대장주인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도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총선 전인 지난주만해도 1만7000원대에 육박했지만 총선 이후 1만5000원으로 주가가 10% 넘게 빠졌다.
\’원전 최강국\’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이 담길 것으로 기대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도 야당의 총선 압승으로 신규 원전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의융합대학학장은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하면서 11차 전기본 내용이 일부 수정될 것이란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며 “만약 바뀐다면 2+α로 알려진 신규 원전 물량이 2기 정도로 가고 나머지는 재생에너지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무탄소 전원을 확대하자는 것은 여야의 입장이 동일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원전 수출은 여야 모두 반대할 이유가 없고 지난 정부에서도 꾸준히 추진을 해왔다”며 “우리가 안 하면서 수출하겠다고 하면 국제사회에 내세우기 어렵기 때문에 계속 추진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에너지, 유틸리티 관련 주가들의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총선의 영향으로 저PBR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 밸류업 정책은 예정대로 이어지겠지만 기대만큼의 주가 부양 효과는 내기 힘들 것”이라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자동차와 배당수익률이 높은 은행주는 괜찮지만 한전과 가스공사 등 유틸리티, 지주, 보험 등 밸류업 기대가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 업종은 조정세가 더 이어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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