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 안에 매출을 최소 2배로 늘릴 수 있게 노력하겠다.”
이기동 HD현대마린솔루션 사장은 15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 나와 “HD현대마린솔루션은 선박 수리·개조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기업이다. 경쟁사도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IPO 최대어로 꼽히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 절차를 본격화했다. HD현대중공업의 조선, 엔진, 전기전자 사업부의 사후서비스(AS) 사업을 넘겨받아 2016년 HD현대글로벌서비스로 설립된 지 8년 만이다.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는 7만3300원에서 8만3400원으로, 신주와 구주를 포함해 총 890만주를 공모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16일부터 22일까지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에 나선다. KB증권과 UBS, JP모간이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밴드를 기준으로 계산한 HD마린솔루션의 상장 후 몸값은 최대 3조7071억원에 달한다. 2022년 1월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최대어다. 글로벌 기업들을 대거 비교기업에 올려 평가 시가총액을 5조원까지 키운 영향이다.
시장에서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 조선업 외 에너지 등 이종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을 끌어와 기업가치를 부풀렸다고 지적하지만, 회사 측은 되레 저평가됐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영업이익률이 높고 성장성이 뚜렷하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HD현대마린솔루션은 선박 AS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출범한 뒤 친환경 선박 개조, 디지털 솔루션, 선박 연료유 공급(벙커링)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면서 “작년 1조4305억원의 매출액, 2015억원의 영업익을 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무엇보다 영업이익률이 14.1%로, 웬만한 해양 엔지니어링 업체나 항공 MRO(유지·보수·정비) 기업을 능가한다고 강조했다. 설비투자 규모가 매출의 0.2%에 불과해 감가도 적고, 경쟁사가 없어 수주 단가도 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성기종 HD한국조선해양 IR담당 상무는 “선박 관련 기업에 PER 31.5배는 지나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사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영업이익률은 항공 MRO 기업의 수준”이라면서 “미국의 항공 AS 기업인 트랜스다임은 PER이 50배로 너무 높아 제외했다”고 말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신주 445만주를 발행해 3261억~3711억원을 조달, HD현대 선박 및 기자재에 대한 AS 권한과 만(MAN)·윈지디(WinGD) 등 대형엔진 제조사들로부터 확보한 AS 라이선스로 선박 AS 서비스 사업을 더욱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선박 AS 사업은 선박이 항구에 도착할 때 바로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물류 시스템이 핵심”이라며 “현재 해외법인별로 창고를 갖고 있지만, 이번 IPO 통해 확보된 자금의 40% 이상은 물류 인프라 확충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수요가 늘고 있는 친환경 선박 개조 사업에도 드라이브를 건다. 지금까지 1000개 이상의 개조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회사는 앞으로 액화석유가스(LNG) 운반선 개조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노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해상 LNG 터미널인 FSRU(부유식 가스 저장·재기화 설비)로 바꾸는 수요도 늘고 있다”면서 “현재 7개 기업과 계약 관련 논의를 진행 중으로 실적 개선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중복상장 논란과 오버행 우려는 문제로 꼽힌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최대 주주는 HD현대그룹 지주사인 HD현대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상장이 마무리되면 지주사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돼 지주사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또 2대 주주인 PEF 운용사 KKR은 이번 IPO에서 445만주의 구주매출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여전히 1057만주가 남는다. 현재 KKR이 정한 자발적 의무 보유 예수 기간은 6개월로, 락업이 풀리면 시장에 물량이 대거 풀릴 위험이 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조선업이 힘들었던 2016년 AS 전문 자회사를 설립한 것 자체가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 구축 및 주주가치 제고 차원이었다”면서 “KKR의 자금 회수에 대해선 시장 충격이 가지 않도록 논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