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지정학적 불안이 커지자 금을 비롯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 시장에서 금 가격은 온스당 2400달러를 넘어서며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급등한 금 대신 은, 구리, 달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기준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수익률 15.75%를 기록하고 있다. 금값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지난 3월로 범위를 넓히면 해당 상품 수익률은 34.84%에 달한다. 수익률 2위는 KODEX은선물이다. 수익률은 15.19%다. 3월 기준으로 보면 수익률은 27.91%다. 1위 금 ETF가 레버리지 상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은 선물 ETF 수익률이 더 높은 셈이다.
구리 가격도 오르고 있다. 이달 들어 TIGER 구리실물 수익률도 8.49%를 기록하면서 금, 은, 구리와 같은 원자재 ETF 상품이 이번 상반기 상위권 수익률을 계속 내고 있다. 중동 지역 위기 상황에 대비해 안전자산(금)으로 시선이 쏠린 가운데 은, 구리 등 원자재 ETF 가격도 함께 오르고 있는 것이다.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이스라엘이 폭격하고 이란이 보복 공격을 감행하며 중동 지역 분쟁이 확전되고 있는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 매입량을 늘리고 있다. 금값은 연일 치솟아 지난 12일 선물 가격이 장중 2448.80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금은 매력적인 자산이지만 물가, 비트코인 열풍에 따른 수요 이탈 우려가 있다”며 “산업용 수요가 높은 은, 구리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과거에도 수차례 비트코인이 금 수요를 대체하며 금 가격 상승 속도가 둔화됐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여기에 더해 불안정한 물가 역시 향후 치솟은 금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연구원은 “은은 금과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이면서도 동시에 태양광과 전자기기 등 산업용 수요가 높다”면서 “구리도 ‘산업의 쌀’이다. 이 같은 특성에 과거 제조업 경기가 회복되는 구간에서 금보다 더 양호한 성과가 도출됐다. 현재 글로벌 제조업 경기를 선행하는 OECD 경기확산지수는 회복세”라고 강조했다.
원자재 대신 달러도 눈여겨볼 만하다. 올해 초까지 달러 ETF는 후순위로 밀렸지만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금 가격 상승 압력이 높지만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달러가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하 연구원은 올해 확대 가능한 리스크 요인으로 디스인플레이션 지연, 통화정책 긴축 장기화, 중동 리스크 발생과 더불어 인공지능(AI) 모멘텀 소멸을 꼽았다. 그는 “이 같은 요인들로 위험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때문에 강달러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AI 모멘텀이 소별된다면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가격 상승 가능성보다는 현금 가치가 부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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