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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공습이 단행되면서, 배럴당 80달러대 국제유가가 최악의 경우 130달러대까지 치솟을 거란 관측이 나왔다.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중동이 전세계 원유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고 특히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3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은 국가다. 국제유가가 요동치는 이유다.
14일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자 지난 12일 5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장 중 한때 배럴당 87.67달러까지 올랐고 전장 대비 0.64달러(0.75%) 상승한 85.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6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올랐고 종가는 0.71달러(0.8%) 오른 90.45달러였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92달러를 웃돈 것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원유 등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국제 유가 급등락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유가가 오르면 전기·가스 등 에너지 가격 인상 압력이 강해질 뿐 아니라 제조업 전반의 생산 단가가 비싸지면서 인플레이션, 즉 물가 인상으로도 이어진다. 이는 소비 위축, 경기침체로 가는 악순환의 길이다.
만약 무력 충돌 확산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 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쓰여진다. 글로벌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라크·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의 수출 통로다.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난다. 국내로 들어오는 중동산 원유 역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된다. 국내 수출 기업의 물류·운송 길이 막히면 단순히 유가 및 운임 상승을 넘어, 핵심 부품과 소재에 대한 공급망 위기가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국제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금리인하에도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더 뒤로 밀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다른 국가들의 금리 인하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간 전쟁 초기였던 지난해 10월 충돌 확대에 따른 여파를 우려하면서, 유가가 10% 상승시 글로벌 생산이 0.15%포인트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은 0.4%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이번 사태의 추이와 국내 에너지·수출 등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산업부는 회의에서 이란을 통해 수입하는 원유 수급 상황에 변화가 없는지 긴급 점검하고, 국내 수출 기업들의 해상 물류·운송 등에 차질은 없는지 등을 확인했다. 회의에는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한국무역협회·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 유관기관도 참여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는 원유의 중동 의존도가 높아 회의에서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수급 동향과 가격 상황을 집중 점검했다”며 “이미 중동 사태가 악화되고 있어 내부적으로 비상수급에 대비해 원유 등을 충분히 비축하는 등 대비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비상 체계를 가동하는 등 수출과 에너지 분야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적기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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