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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이후 ‘그림자 전쟁’ 벌이던 이스라엘·이란, ‘전면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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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13일(현지 시각) 밤늦게 이스라엘을 향해 수백 대의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이란과 이스라엘이 그동안 벌여왔던 ‘그림자 전쟁’이 전면전으로 변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과거 동맹 관계를 유지하다 1979년 ‘이슬람 혁명’을 계기로 등을 돌렸지만,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직접적으로 군사 공격을 감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공격은 지난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이 폭격당해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급 지휘관 2명이 사망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란은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보복을 천명해 왔다.

◇ 1979년, 동맹국에서 적국으로

이스라엘과 이란은 이란의 마지막 군주인 팔레비 2대 국왕, 모하마드 레자 샤가가 집권하던 1950년대까지만 해도 동맹 관계였다. 이스라엘이 1948년 건국을 선포하자, 이란은 이슬람 국가 중에서 두 번째로 이스라엘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기도 했다. 이렇듯 1925년부터 1979년까지 팔레비 왕조 치하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관계는 우호적이었다.

13일(현지 시각)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하자 14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키르야에서 전쟁 내각 회의가 열렸다. / AFP 연합뉴스
13일(현지 시각)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하자 14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키르야에서 전쟁 내각 회의가 열렸다. / AFP 연합뉴스

하지만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고 이슬람 공화국이 탄생하면서 양국의 우정은 끝났다. 이슬람 혁명 주도자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등 이란의 새로운 지도자들은 이슬람 근본주의를 내세우며 유대인을 비판하는 반(反)이스라엘 정책을 택했다. 이들은 미국을 ‘큰 사탄’, 이스라엘을 ‘작은 사탄’으로 불렀다. 이후 이란은 이스라엘과 단교했다. 이란 사람들은 더 이상 이스라엘을 여행할 수 없었고, 양국을 오가던 비행 노선도 사라졌다. 이란 테헤란에 자리 잡고 있던 이스라엘 대사관은 팔레스타인 대사관으로 전환됐다.

호메이니는 또한 이슬람 성월인 라마단의 마지막 금요일을 ‘쿠드스 데이(Quds Day)’로 선포했다. 이후 이란에서는 매년 쿠드스 데이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 여기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이슬람의 적’으로 규정하고 이스라엘을 적대시하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반이스라엘 무장 단체를 지원했다.

이 중에서도 레바논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리전이 펼쳐지는 가장 오래된 전선이다. 1982년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를 침공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이슬람 시아파에 속한 레바논의 이슬람 교도들은 헤즈볼라라는 민병대를 창설하고 이란을 대리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2006년 전쟁을 벌였고,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침공한 이후 거의 매일 이스라엘에 미사일, 박격포, 로켓을 발사하며 하마스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고 있다.

◇ 이란 ‘핵 프로그램’ 중심으로 펼쳐진 그림자 전쟁

이스라엘과 이란이 벌이고 있는 그림자 전쟁의 중심에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있다. 물론 이란 지도자들은 공식적으로 핵무기를 만들려는 계획이 없다고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란이 1981년 이라크, 2007년 시리아에서처럼 핵을 이용한 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이란은 지난 2005년 강경 보수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중부 도시 이스파한에서 우라늄 농축을 재개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한 활동을 벌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010년 이후 테헤란에서 발생한 이란 핵 과학자 5명 암살 사건, 이란 내 핵시설에 악성 컴퓨터 코드를 투입해 우라늄 농축 시설을 마비시킨 사건의 배후다. 이와 관련해 이란은 2021년 4월, 자국 최대 우라늄 농축 시설에서 폭발이 발생해 원심분리기가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한 보복을 다짐한 바 있다. 이스라엘은 해당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았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가한 후인 14일 새벽,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전경. / AFP 연합뉴스
이란이 이스라엘에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가한 후인 14일 새벽,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전경. / AFP 연합뉴스

또한, 이란은 지난 2월 중순 가스 공급 중단을 초래한 가스 전송 네트워크 공격의 배후에 이스라엘이 있다고 밝혔다. 1년 전 이스파한 근처의 탄약고가 드론 공격으로 공격받은 것도 이스라엘의 소행이라는 것이 유력한 견해다.

◇ “이스라엘·이란 관계 정상화, 현 체제에선 불가능”

미국 등 서방은 이스라엘과 이란 관계 정상화를 위해 힘써왔지만, 사실상 양국 관계를 되돌리기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침공한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분석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홍해를 지나는 이스라엘과 연계된 선박을 반복적으로 공격하면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골은 더 깊어졌다.

이 와중에 이란이 13일 주요 원유 수송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스라엘과 연계된 컨테이너 화물선을 나포했고, 이날 밤에는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중동 지역에서의 확전이 기정사실로 됐다.

알자지라 방송은 “현재 이란 체제에서는 이스라엘과의 화해가 불가능하다”며 “두 나라는 10년 넘게 낮은 수준의 전쟁에 휩싸여 있었고, 이는 중동 지역의 패권과 권력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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