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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각지의 3M 연구소 가운데 화학적기계연마(CMP) 패드 실험이 가장 활발한 곳은 한국 연구소라고 자부합니다.”
9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한국3M의 고객기술센터(CTC). 한국3M에서 CMP 패드 연구를 담당하는 양용석 전자재료사업팀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연면적 1만5460㎡, 지하 1층부터 4층으로 구성된 CTC 건물의 가장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3M의 CMP 패드 R&D용 클린룸이 나온다. 방진복을 입고 이 클린룸을 들어가면, 경차 한 대 크기의 CMP 장비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장비의 가격은 30억 원을 호가한다. 장비는 투명해서 거꾸로 매달린 12인치 반도체 웨이퍼와 지름 75㎝(약 30인치) CMP 패드의 표면이 닿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이날 취재진에게 공개된 클린룸은 잠시 가동을 멈춘 상태였다. 그러나 분주했던 흔적이 실험실 곳곳에 남아 있었다. 장비를 제어하는 모니터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국내 반도체 회사와의 공동 실험 기록이 남아 있었다. R&D 공간 한 편에는 실험을 기다리고 있는 수백 장의 CMP 패드가 켜켜이 쌓여있었다. 방금 전에도 썼을 법한 각종 화학 물질들도 나란히 놓여 있다. 양 팀장은 “일주일에서 5일의 업무 시간에서 실험 준비를 위한 하루를 제외한 4일 내내 장비가 움직인다”며 “반도체 고객사가 원하는 실험이 있으면 언제든지 가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3M은 업무 용품으로 쓰는 메모지 ‘포스트잇’으로 상당히 잘 알려진 회사다. 그러나 이 회사는 반전 매력이 있다. 특유의 소재 기술을 조합해 6만 여 개가 넘는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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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반도체 소재, 특히 CMP 분야는 3M이 과감하게 도전장을 낸 제품이다. CMP는 반도체 공정 중 웨이퍼 위에 불필요하게 쌓인 막(필름)을 물리적인 힘으로 깎아내는 공정이다. 이 공정에서는 웨이퍼를 문지르는 까칠까칠한 패드와 연마를 도와줄 끈끈한 액체인 슬러리가 필요하다. 3M은 2018년부터 패드 개발에 뛰어들었고 2020년부터 양산을 시작하며 사업을 키우기 시작했다.
CMP 패드의 세계적인 강자는 미국 듀폰이다. 한국의 SK엔펄스가 지닌 기세도 무섭다. 3M은 세계 최강자의 위상을 꺾으면서 라이벌과 기술 격차를 두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패턴’을 두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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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는 CMP 패드의 표면을 거품을 내는 발포 작업을 통해 만든다. 반면 3M은 일정한 미세 패턴을 복제하는 독자 기술을 활용한다. 표면의 모양이 경쟁사 제품 대비 상당히 반듯하고 일정한데다, 다양한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패턴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웨이퍼 평탄화 효율도 경쟁사 제품보다 30%나 좋다. 양 팀장은 “10㎚(나노미터·10억 분의 1m) 이하의 초미세 공정을 구현하는 고객사에 호평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계적인 힘이 가해지는 CMP 패드는 수명에서도 장점이 있다. 양 팀장은 “경쟁사 패드의 수명이 수십 시간에 불과하다면 3M의 제품은 100시간 이상”이라고 자신했다.
3M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가 모인 한국을 중심으로 CMP 패드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 한국 3M의 기술센터에서 의미 있는 실험 결과가 나오면 고객사 연구 설비에서 양산 도입을 위한 승인(퀄) 작업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현재 센터에는 한 대의 CMP 장비가 배치됐지만 밀려드는 연구 수요에 따라 설비를 수년 내 확대할 방침이다.
양 팀장은 “3M은 CMP 패드 사업으로 3년 내 300% 이상의 매출 증가가 목표”라며 “패드 사업과 함께 최근 업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CMP 이후 공정(포스트 CMP)에 관한 소재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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