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사흘 앞둔 13일 시민 수천명이 서울 도심에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안전한 사회를 기원했다.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가협)와 세월호참사10주기위원회 등은 이날 오후 5시 30분께부터 중구 서울시청 앞 도로에서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유족들을 위로하는 ‘4·16 기억문화제’를 열었다.
‘세월이 지나도 우리는 잊은 적 없다’는 주제로 열린 문화제에는 주최 측 추산 5천여명(경찰 추산 3천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온전한 진실! 완전한 책임!’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안전할 권리 보장하고 생명안전기본법 제정하라”, “세월호·이태원 참사 국가 책임 인정하고 사과하라” 같은 구호를 외쳤다.
고(故) 김수진 양의 아버지인 김종기 가협 운영위원장은 문화제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지켜지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기억하고 행동하며 함께해온 10년은 결코 실패한 시간이 아니다”라며 “정작 바뀌어야 할 국가는 바뀌지 않고 책무를 다하지 않는데 국민의 목숨으로 대가를 치르는 현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행복하고 소소한 일상을 누리고 내 아이가 미래에 마음껏 자기 재능을 피울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어른과 부모로서 함께 만들어가자”며 “국민이 내일의 희생자나 유가족이 될지 모르는 불안한 사회를 바꾸겠다”고 했다.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도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외면한다면 20년이 지나도 시민들은 계속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이 총선 결과를 뼛속 깊이 새기고 생명안전 과제를 가장 먼저 검토해 이전의 퇴행에 대해 속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문화제는 변영주 영화감독이 사회를 맡았고 가수 루시드폴도 무대에 올라 ‘아직, 있다’ 등의 노래를 불렀다. 진선미·박주민·박찬대 등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소속 22대 국회의원 당선인 22명도 문화제에 동참했다.
행사 도중 참사 이후 유족들이 거리에서 눈물을 흘리는 동영상이 나오자 많은 참가자가 눈물을 보였다.
문화제에 앞서 오후 3시께부터는 시민단체들이 부스를 설치해 사전 행사를 열었다. 검은 상의를 입은 시민들은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노란색 종이 나비를 어깨에 붙였다. 참사 당시 고등학생에서 이제는 20대 중·후반이 된 이른바 ‘세월호 세대’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태원·오송 참사 유가족도 부스에서 각각 보라색과 연두색 리본을 나눴다. 시민들은 부스를 둘러본 뒤 인근의 이태원 참사 분향소에 들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흰색 대자보에 ‘국민의 안전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오늘이 되길 바란다’, ‘살아남는 세상이 아니라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 등의 문구를 적으며 안전한 사회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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