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의언론=박상현 기자]
4월 19일로 예정되어 있었던 영화 ‘건국전쟁’ 김덕영 감독의 전쟁기념관 ‘용산 특강’이 갑작스럽게 취소된 까닭은?
전쟁기념관 측은 12일 “4·19혁명 기념일을 맞아 김 감독 강의를 여는 것이 외부의 오해를 살 여지가 있어 연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쟁기념관은 매월 셋째 주 금요일마다 ‘용산특강’이라는 이름으로 전쟁·안보·문화 특강을 하고 있는데, 이달 셋째 주 금요일(4·19) 강의는 <영화 '건국전쟁' 감독이 들려주는 현대사 재조명>이라고 예고했다.
그러자 한 좌파 시민단체가 “영화 ‘건국전쟁’은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미화와 왜곡된 시각이 반영돼 많은 비판을 받은 작품”이라며 강연 철회을 요구하며 서명작업에 나섰다.
SNS 등에서도 “이승만 전 대통령이 물러난 4·19 기념일에 이승만을 미화한 다큐 영화 감독을 강사로 초빙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셋째주 금요일로 정해놓은 강연 날짜가 공교롭게 4월 19일이어서 시비거리를 제공한 면은 있지만, 4.19 기념일에 이승만 재평가 강연을 못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 양자(이인수 박사)는 생전에 4.19 기념일에 수유리 4.19 묘역을 참배하러 갔고, 그 뒤 4.19 세대들도 이승만을 재평가하며 동작동 이승만 묘역을 참배한 적 있다. 우리 현대사에서 이승만과 4.19세대는 긴 안목에서 보면 둘 다 ‘승자’이기 때문이다.
전쟁기념관의 강연 연기(취소) 통보에, 김 감독은 “실체도 불분명한 좌파 시민단체의 요구에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전쟁기념관이 백기를 든 꼴”이라며 “고작 150명의 서명만으로 공공기관의 업무가 좌지우지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가”라고 반발했다.
김 감독은 “결과적으로 전쟁기념관은 저들의 목소리에 동조하는 취소 결정을 내렸다”라며 “그저 목소리 큰 사람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저급한 사회로 몰락하는 비극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 이번 사태를 간과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또 김 감독은 “강연 취소 통보는 4.10 총선에서 집권 여당의 참패 직후에 결정됐다. 이와 무관한가”라며 전쟁기념관측이 정치적으로 눈치를 보는 결정을 했다고 주장했다.
다큐 영화 ‘건국전쟁’은 11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대중적으로도 흥행에 성공했다.
*아래는 김덕영 감독이 페이스북에 올린 ‘전쟁기념관 용산 특강 취소의 석연치 않은 의혹들’이라는 제목의 글 전문이다.
2024년 4월 19일 예정되어 있었던 영화 ‘건국전쟁’ 김덕영 감독의 전쟁기념관 ‘용산 특강’이 갑작스럽게 취소되었습니다. 강연 자료를 두 번이나 보내면서 나름 열심히 강연을 준비했던 강연자 입장에서는 당혹감을 금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영화 ‘건국전쟁’의 감독이자 이번 ‘용산 특강’에 초청받은 강연자 입장에서 몇 가지 석연치 않은 부분에 대해서 입장을 밝힙니다.
이미 4월 3일부터 한 좌파 시민단체에서 강사 철회 촉구 청원이 추진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건국전쟁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미화와 왜곡된 시각이 반영돼 많은 비판을 받은 작품’이라며 전쟁기념관이 강사 섭외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결과적으로 실체도 불분명한 좌파 시민단체의 요구에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전쟁기념관이 백기를 든 꼴입니다. 고작 150명의 서명만으로 공공기관의 업무가 좌지우지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가요?
공교롭게도 김덕영 감독 ‘강연 취소’ 통보는 4.10 총선에서 집권 여당의 참패가 결정된 직후에 일어났습니다. 전쟁기념관 측은 강연을 추진하고 있는 ‘사업회 내부 사정 때문’이라며 모호한 이유를 대고 있지만, 강연 취소와 이번 총선의 결과가 관련성이 없다는 말을 믿을 사람은 없어 보입니다.
이를 뒷받침 하듯, 4월 12일 오전 김덕영 감독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KBS 보도국 김 모 기자는 전쟁기념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서 다음과 같이 보도했습니다.
“(전쟁기념관 관계자는) 4·19 혁명 기념일을 맞아 김 감독 강의를 여는 것이 외부의 오해를 살 여지가 있어 연기하기로 했다.” (2024년 4월 12일, KBS 보도)
김덕영 감독이 전쟁기념관 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강연 취소 통보를 받은 시점은 2024년 4월 12일 오전 11시 경입니다. 문제는 그 시점보다 앞서 오전 10시 KBS 보도국 기자로부터 ‘강연 취소가 사실인가?’라는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당시 저와 통화를 한 KBS 기자의 말에 의하면, 전쟁기념관 측이 이번 ‘용산 특강 취소’를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취소 통보가 나갔을 것이라고 판단될 만큼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김 감독님에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래야 감독님도 사태에 대해서 생각하고 판단할 시간이 있을 테니까요. 공식 취소 통보가 감독님에게 없었다는 점은 저로서도 이해가 안 갑니다.”
기자의 말을 뒷받침하듯 이미 경향신문 등에서 ‘강연 취소’를 염두에 둔 기사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서 보도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것은 강연자를 농락한 것으로밖에는 해석이 안 되는 국가 공공기관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에 해당될 것입니다.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자들이 지켜야 하는 윤리 규정을 위반한 사안입니다. 어떻게 강연자에게 취소 통보를 알려주지도 않은 상태로 언론에 먼저 취소 결정을 흘릴 수 있다는 말인가요? 대한민국 공공기관의 일처리가 이것밖에 안 되는 것인가요?
전쟁기념관 측은 이번 4월 19일 김덕영 감독의 강연 취소 사유로 ‘KBS N과의 콘텐츠 제휴’를 들고 있습니다. ‘용산 특강’이 명사들의 고퀄리티 강연이기 때문에 KBS N에 강연 내용을 공유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강연은 취소된 게 아니고 하반기에 가서 진행하기로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싶기도 합니다. 저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용산 특강’을 저 스스로 포기하거나 취소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하반기에 하겠다고 했으니, 그 말을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하지만 그 말 역시 논리적으로 납득이 안 가는 게 사실입니다. 만약 KBS N 측과 협의가 마무리 되지 않아서 강연을 취소해야 한다면, 다음 달인 5월, 그리고 그 다음 달인 6월도 취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만약 KBS N과 업무 협약을 추진 때문에 4월 강연이 취소되었는데, 5월, 6월 강연이 멀쩡히 진행된다면, 그건 강연자를 기만하는 것밖에 안 될 것입니다. 저로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 변명입니다.
좌파들은 영화 ‘건국전쟁’이 정치선전물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과 같은 좌파 신문 역시 영화 ‘건국전쟁’이 4.19에 대한 역사를 왜곡했다며 ‘강연 취소’ 청원자들과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전쟁기념관은 저들의 목소리에 동조하는 취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이야말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목소리 큰 사람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저급한 사회로 몰락하는 비극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 이번 사태를 간과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영화 ‘건국전쟁’은 11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대중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작품입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에 대한 객관적 사실과 그 중심에 있었던 이승만 대통령의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덕분에 4월 16일에는 미국 의회 극장에서 대한민국 다큐멘터리 영화로서 사상 최초로 상영되는 영예를 안고 있는 작품입니다. 미국 의회에 상영될 정도로 그 내용의 진실성과 다큐멘터리 영화로서의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입니다.
저들은 정치선전물이라 비하하고 있지만, 정작 과거 좌파 역사학자들이 만든 2012년의 ‘백년전쟁’이야말로 모든 자료를 조작한 거짓과 선전선동의 종합선물 세트였습니다. 저들이 정말 역사와 진실 앞에 공정하다면 2012년 이승만 대통령을 살인마로 묘사하고 있는 ‘백년전쟁’에 대해서는 침묵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 증거 조작, 거짓 이데올로기를 유포시킨 자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이 아닐까요?
2021년 미국 하와이 호눌룰루 시의회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긴밀한 우호 협력를 도모하는 차원에서 ‘이승만의 날 제정’을 시의원들의 만창일치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결정 사실이 알려진 직후, 한국의 좌파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되어서 ‘이승만의 날 제정’을 취소하라며 법안을 발의했던 일본계 의원들의 홈페이지 집단적으로 난동을 부리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 사건의 경과와 법안을 발의했던 호눌룰루 시의원들의 생생한 증언 등은 영화 ‘건국전쟁’에서도 비중있게 담겨져 있습니다. 당시 법안을 발의했던 의원들은 ‘자신들의 홈페이지 게시판과 편지 등을 통해서 협박에 가까운 글들이 많이 존재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자신들로서는 심리적인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한미동맹과 한국인 커뮤니티를 발전시킨다는 취지에서 발의되었던 ‘이승만의 날’ 제정은 법안이 통과 이후 전격 취소되고 말았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이 사건은 남의 나라 법안에 좌파 시민단체들이 집단적 테러를 가한 말도 안 되는 비이성적 행위였습니다. 한 마디로 ‘이승만’이라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왜곡에 앞장서고 있는 극렬 좌파들인 벌인 국가적 망신이었습니다. 과연 이것이 글로벌 시대, 선진 사회로 나아가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진정한 모습일까요?
‘이승만의 날’ 제정 취소가 결정되었다는 보도가 미국 지역 언론에 나간 후, 많은 미국인들이 한국인들을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집단적인 광기에 휩싸여 있는 광신도 집단으로밖에는 인식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정말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부끄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물과 현상은 입장에 따라 달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해석은 정치적 편향과 무관하게 객관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객관적 자료, 증거, 기록물들이 중요한 것이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는 당대의 역사적 진실을 말해주는 ‘객관적 자료’에 기초해서 판단되어야 합니다.
영화 ‘건국전쟁’이 시종일관 추구했던 가장 중요한 가치 역시 ‘객관적 자료’의 발굴에 있었습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1차적 자료에 충실해서 구성을 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이 ‘우리가 몰랐던 대한민국의 역사를 봤다’며 충격을 받고 깊은 성찰의 기회로 삼고 있는 것입니다.
진실에 눈을 감고 사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대한민국의 역사를 좌지우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건국전쟁 ‘용산 특강’ 취소 사태는 진정한 국가 공공기관의 위상과 역할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우리 모두가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것이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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