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작업하면서 동행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차이점과 공통점을 이해하는 것이 동행 같아요.”
신수항 작가와 신현채 작가가 함께 만든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가는가?’를 보면 막연하게 생각했던 ‘동행’이라는 말이 선명해진다.
장애·비장애 예술가 협업을 표방하는 부산의 창작공간 ‘두구’에서 만난 두 사람은 대화를 통해 예술가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가진 공통의 고민을 확인했고, 나아고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담긴 공동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다름의 연결’은 분열된 오늘날 우리 사회에 중요한 가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정병국) 아르코미술관(관장 임근혜)은 2024년 첫 전시로 ‘여기 닿은 노래’를 오는 6월 30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광주, 부산, 서울문화재단이 협력해 예술가와 단체 13명(팀)의 신작 등 총 40여 점을 선보였다.
지난 5일 개막한 ‘여기 닿은 노래’는 2023년 11월 아르코미술관이 광주, 부산, 서울문화재단 그리고 독일문화원과 캐나다 국립장애인문화예술센터와 협력해 개최했던 ‘2023 무장애 국제예술 라운드테이블 ‘무장애: On Going’’의 연장선에 있다. 전시에는 광주, 부산,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장애예술창작센터 출신 작가 7명(김은설, 김선환, 라움콘, 신수항, 신현채, 유다영, 전동민)이 참여한다.
전시는 미술관이 위치한 혜화역과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자주 접하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미정 큐레이터는 “전시는 최근 자주 언급되는 장애예술, 배리어 프리(Barrier-free) 등 장애와 비장애를 이분하는 단어 사용 및 작품 설명을 지양한다”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넘어 개개의 삶의 속도 및 시간의 다양성을 어떻게 인지하고 인정할 것인지를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한다. 포용을 위한 미술관과 전시의 역할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가들은 다양한 몸을 가진 이들과 함께하기 위한 전시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공감각과 접촉을 통해 소통을 유도하는 조각, 설치 등을 포함해 기관의 접근성 매뉴얼을 분석하고 장애인 창작자들과 함께 추는 춤 등 장애인 주체들과 어떻게 교류의 가능성을 모색할지를 고민하는 작품 또한 만날 수 있다.
김채린 작가는 조각을 만지는 행위를 통해 복합적인 감각을 구현해 왔다. 관객은 작품과 맞닿은 순간의 소리, 빛, 온도 등을 통해 작품이 가진 물성과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직접 안아볼 수 있는 작품도 마련했다.
김은설 작가는 인공지능이 언어를 익히는 과정과, 청각장애인인 자신이 언어를 배우는 것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기억과 경험, 입 모양 등을 기반으로 작가는 상대의 언어를 인식하고 소통하려 하지만 종종 어긋나기도 한다. ‘청각장애 AI 학습 #2’를 통해 관객은 다름을 느낄 수 있다.
아울러 아르코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직원과 안내 요원을 대상으로 접근성 워크숍을 진행하고 시설 안내물을 추가 배치했다.
전시 영상 작품에는 ㈜한국콘텐츠접근성연구센터(대표 서수연)가 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글 자막 해설을 작성했다. 또한 발달장애허브 사부작, 제로셋 프로젝트, 꿈꾸는베프 등 장애인들과 유의미한 협력을 이어온 단체들과의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미술관은 이를 통해 장애인 작가들이 창작자인 동시에 미술관의 적극적인 사용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임근혜 관장은 “지역재단들과 협력하여 다양한 지역의 작가들을 소개하는 동시에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 미술관이 지향하는 협업과 포용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는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소재한 아르코미술관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월요일에는 전시가 열리지 않으며, 입장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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