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호우 실종자 수색 중 숨진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조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총선이 끝난 직후인 11일 “말하지 못하는 고뇌가 가득하다”는 내용의 지휘서신을 내부 전산망에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김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 격노설’ 등 이 사건 주요 의혹들을 부인해왔다.
12일 한겨레 취재 결과, 김 사령관은 11일 내부 전산망에 해병대 장병들에게 보내는 지휘서신을 올렸다. 지휘서신을 통해 김 사령관은 “안타까운 전우의 희생은 핵폭풍급 파급 효과와 더불어 법적 다툼으로 인해 국민적 이슈로 치솟아 올랐다. 해병대가 정쟁의 회오리 속에서 요동치고 있다”며 “내·외부의 상반된 목소리는 해병대에 부담을 가중시키고만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사령관으로서 안타까움과 아쉬움, 말하지 못하는 고뇌만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해병대에 ‘흔들리면 안 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 사령관은 “우리의 소중한 전우가 하늘의 별이 된지 벌써 9개월이 지났지만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무엇인가”라며 “고인의 부모님 당부조차 들어드리지 못한 채 경찰·공수처·법원의 결과만 기다려야 하는 답답한 상황 속에서 해병대 조직과 구성원에게 아픔과 상처만 있을 뿐이다. 아니, 결과가 나와도 다시 한번 정쟁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병대 구성원 모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 사령관은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조사 결과에 대해 “브아이이피(VIP·대통령 지칭)가 격노”했다고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대령)에게 말한 것으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채상병 사건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날(지난해 7월30일)과 다음날 결재를 뒤집은 날(7월31일) 등 주요 변곡점마다 김 사령관 쪽과 국방부 등 관계자의 통화가 있었던터라 이번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지난해 8월 김 사령관은 지휘서신을 통해 채상병 사건에 대한 장병들의 외부발설을 금지하기도 했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 1월 김 사령관의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바 있다. 지난 2월 항명 등 혐의로 군사재판을 받는 박 대령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를 보고 격노했다는 말을 박 대령에게 했는가’라는 판사 질문에 “그런 사실 없다”고 말했다. 박 대령이 경찰 이첩 보류 지시를 어겼다며 항명 혐의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겨레 전광준 기자, 오연서 기자 /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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