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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년 5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것은 미국 물가 상승률의 급등과 야당의 총선 압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6월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하가 전격 이뤄질 경우 ‘강(强)달러’ 현상이 더욱 거세져 1400원에 근접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낮추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투자 위축과 내수 침체 장기화 등으로 ‘사면초가’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한은에 따르면 올 2월 말 이후 이달 8일까지 원화 가치는 1.6%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1331.5원에서 1353.2원까지 상승했다. 이 기간 주요 국가의 통화가치 변화율을 살펴보면 튀르키예(-2.5%)만 한국보다 자국화 가치 하락이 컸을 뿐 인도네시아(-1.2%), 브라질(-1.1%), 인도(-0.5%), 중국(-0.5%) 등은 한국보다 낮았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와 관련해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 지연 가능성이 지속해서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 점이 이날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렸는데 시장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작은 요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외환시장은 야당의 총선 압승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 주도의 정국이 펼쳐지면서 현 정부가 추진하는 ‘증시 밸류업’ 등의 프로그램이 축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 외국인의 국내 증시 투자 등이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올 6월 ECB가 통화정책 완화로 전환할 경우 원·달러 환율은 더욱 불안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에서는 스위스중앙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춘 데 이어 ECB가 6월 통화정책 피벗에 나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ECB가 금리를 낮추면 달러 강세 현상이 더욱 심해지며 원·달러 환율도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 교수 역시 “대외 여건에 따라 1400원에 근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외환시장은 당분간 작은 지표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원·달러 환율 불안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 등으로 한은의 고민은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건설투자 위축과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어 통화정책 완화가 필요하지만 3%대의 높은 물가와 환율 불안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 교수는 “섣불리 금리를 조정했다가 물가가 다시 불안해질 위험이 있다”며 “환율과 유가 등 여러 불안 요인들이 많아 한은으로서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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