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건설·부동산 시장의 관심을 끄는 공약과 정책이 제시됐지만 크게 체감할만한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내놓은 ‘철도 지하화’ 등 대규모 개발 공약은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재건축 패스트트랙’ 법안은 순항하겠지만,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아 그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폐지와 공시가격 현실화 폐기 등은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11일 본지가 설문 조사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 10명 중 7명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기간 핵심 공약으로 내놓은 주요 광역지자체 도심 도로·철도 지하화 사업의 현실화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정부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지만 진도가 나가기 쉽지 않다고 본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4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16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공공·연구기관 및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인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추진협의체’ 출범식을 한 바 있다.
당시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철도 지하화법이 여야합의로 국회를 통과했고 주요 정당이 모두 선거 공약으로 내건 만큼 정치적 리스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며 원활한 추진을 자신했다.
전문가들이 꼽은 가장 큰 걸림돌은 재원이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철도 지하화 등 대규모 개발 공약은 대부분 천문학적 예산과 상당히 장기적인 사업이라 현실화되기까지 적지 않은 난관이 있을 것”이라며 “건설업계의 경영환경이 좋지 않아 기대되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의 사례를 볼 때 공약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주택경기 위축의 활로를 찾기 위해 대대적인 개발을 추진할 수 있다”면서도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예산 편성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사천리로 진행되기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도심지 도로·철도 지하화 사업은 약 50조~80조 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유일하게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도심 공급 용지 부족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며 “특정 기업을 밀어준다는 오해를 피하려고 지나치게 눈치를 살피지 않고 공론화를 잘 이룬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개발 공약 실현은 사업성에 달렸다는 견해도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모든 사업을 국고로 시행할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공약에 대한 사업성 평가가 진행될 것”이라며 “시행 가능성은 정치적 논리가 아니라 사업성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속도를 높이기 위해 추진되는 패스트트랙 도입 관련 법안은 큰 무리 없이 국회를 넘어설 것이란 데 무게가 실린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기 신도시 주민들의 주요 관심사가 정비에 집중돼 있고 여야후보들의 공약이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도시 정비 관련 법안 통과가 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패스트트랙이 도입되더라도 지금은 속도가 재건축의 사업성을 가르는 상황이 아니란 점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는 조합원의 추가분담금 여력이 정비사업의 관건이지만 시장 상황이 바뀔 때를 대비해 제도를 정비해 놓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정밀안전 진단 추가 완화 내지 폐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공시가격 현실화 폐기도 마찬가지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는 “재초환, 분양가 상한제 등은 야당의 정체성이 반영된 정책이라 바뀌지 않고 현 상황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공시가격 현실화도 ‘문재인 정부’ 정책이라 야당이 폐기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대표는 “야당이 과반을 차지해 규제가 더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재초환, 분상제, 공시가격 현실화 등을 둘러싸고 정부와 야당의 긴장 관계가 고조되면서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불안감을 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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