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홍콩에서도 올해 상반기 안에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콩은 아시아 최대 금융 허브로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많은 데다, 중국 본토에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도 커 단기간에 거대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가상자산 전문 매체인 더블록은 지난 8일(현지시각) 중국 관영 매체를 인용, 하베스트와 서던펀드 등 홍콩에 자회사를 둔 중국 자산운용사들이 홍콩 금융 당국에 비트코인 현물 ETF의 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더블록은 중국 정부가 가상자산의 채굴과 거래를 강하게 규제하고 있어, 운용사들이 홍콩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의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가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한 ETF의 출시 신청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홍콩이 2분기 안에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할 것이라 점치는 의견이 많다. 블룸버그의 ETF 분석가인 에릭 발추나스는 지난달 말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홍콩 금융 당국이 2분기 중 비트코인 현물 ETF의 출시를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홍콩 재무부와 금융 당국 관계자들도 지난 6일 열린 ‘홍콩 웹3 페스티벌′ 행사에서 2분기 중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될 것이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블랙록과 그레이스케일, 피델리티 등 11곳의 자산운용사가 제출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출시 신청을 승인했다. 이 운용사들의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에는 지난달 말까지 120억달러(약 16조3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빗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지금껏 홍콩 당국에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신청한 중국과 홍콩의 운용사는 총 10곳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근거로 홍콩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가 시작될 경우 미국처럼 빠른 시간 안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코빗 리서치 센터는 지난달 말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가 본토에서의 가상자산 발행과 투자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반면, 홍콩은 미국 뉴욕과 경쟁할 금융 허브로 키우려는 의지가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홍콩은 본토에서의 규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서도 최대한의 자율성이 보장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석문 프레스토 리서치센터장은 “홍콩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의 매매가 시작될 경우 본토에서 이 상품에 투자하려는 수요도 많을 것”이라며 “중국 거주자가 홍콩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데 제약이 많지만, 이 중 일부 자금만 유입돼도 짧은 시간 안에 시장 규모가 급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이 홍콩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밝게 점치는 이유는 또 있다. 미국의 경우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 현금 상환만 허용하고 있지만, 홍콩 당국은 현금과 비트코인 현물 상환을 모두 허용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현물 상환 구조는 거래 중간 단계에서 기초자산을 매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ETF 시장에서 더 많은 선호를 받는 방식이다. 반면 미국처럼 현금 상환만 가능한 ETF에서는 기관투자자와 집합투자사업자 사이에 설정과 해지를 중개하는 지정참가자(AP)를 둬야 하고, 투자와 환매 과정에서 여러 절차와 비용 지출이 수반된다. 미국에서 출시된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에도 JP모건이 AP로 들어가 있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홍콩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될 경우 미국에 비해 거래가 쉽고, 불필요한 추가 비용을 낼 필요가 없어 더 빠른 시간에 대규모 자금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가상자산 분석가인 노엘 애치슨은 지난달 말 포브스를 통해 ”홍콩 당국이 추진 중인 현물 상환 방식의 비트코인 ETF는 세금과 비용 측면에서 미국보다 훨씬 효율적인 상품이 될 것”이라며 “아시아 가상자산 시장의 거래량이 미국 시장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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