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이 대선 판세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로 꼽히는 만큼 전현직 대통령이 경제 지원론과 심판론을 각각 내세우며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1일 미국 NBC 유명 아침 프로그램 \’NBC 투데이\’에 출연한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경제 상황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우리 경제는 세계 최고지만 더 좋게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는 정말로 세계 최고의 경제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몇 년 동안 고금리, 고물가 등에 시달려왔던 유권자들에게 미국 경제가 탄탄하다는 것을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조지아주 선거 유세에서 “우리는 경제가 파멸의 시궁창으로 무너지고 있는 국가”라며 “공급망은 붕괴됐고 매장엔 재고가 부족하며 배달 또한 끊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나라가 멸망하고 있는데 이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전현직 대통령이 미국 경제와 관련해 각각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이유는 경제가 대선의 승패를 결정하는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1992년 대선 당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승리했다.
경제로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한 레이 페어 예일대 경제학 교수도 블룸버그통신에 “여론조사, 토론, 선거 지출 등이 화두지만 경제 전망이 판세에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바이든 대 트럼프 \’리턴 매치\’에서 경제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고 있는 미국 유권자들의 비중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경제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는 유권자 비중은 2020년 대결 당시에 비해 모든 연령대에서 커졌다.
특히 18~29세 젊은층의 비중이 2020년 11%에서 올해 47%로 네 배 넘게 확대됐고 30~49세 사이에서도 비중이 18%에서 43%로 증가했다. 50~64세, 65세 이상도 비중이 각각 15%→28%, 11%→19%로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실제 미국 경제가 전현직 대통령 중 누구의 주장이 더 가까운지 관심이 쏠린다.
지금까지 발표된 수치상으론 바이든 대통령의 주장이 더 가깝다.
실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022년 6월 9.1%로 고점을 찍은 후 현재 3%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미 CPI 상승률이 지난 몇 달 동안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지만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이에 대해 “단순한 요철 이상을 의미하는지 판단하기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5%로 다른 선진국들을 크게 웃돌았다.
이와 관련,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글로벌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며 “유럽연합(EU)과 동일한 측정법을 사용하면 미국 인플레이션은 이미 2%를 밑돌고 있다”고 CNBC에 말했다.
연준의 공격적인 통화긴축에도 미국 실업률은 지난 2년 동안 4% 미만이었다. 지난 2월 미국 실업률은 3.9%로 집계된 반면 같은 기간 캐나다와 EU의 실업률은 각각 5.8%, 6.0%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직은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우리가 연착륙을 달성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 작년 하반기 빠르게 둔화하던 인플레이션이 2%대 후반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조금씩 실리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4일 투자전문지 \’연금과 투자\'(P&I) 주최 온라인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이 계속 횡보한다면 금리 인하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올해에는 단 한 차례, 4분기에 금리 인하 단행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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