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 대표가 4·10 총선 사전투표 첫날 나란히 투표를 예고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투표 장소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전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을 택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의 상징성을 지닌 대전에서 정권 심판론을 고조시킨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은 대학가가 위치한 서울 신촌에서 ‘반(反)조국’ 성향이 강한 2030세대의 투표 참여를 끌어내려는 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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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5일 대전 중구에서 KAIST 재학생들과 사전투표를 한 뒤 대전·충청 전역을 돌며 막판 지원 유세에 나선다. 역대 선거의 ‘캐스팅보트’였던 중원 민심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인 동시에 정권 심판론을 부각하려는 의도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전은 R&D 예산 삭감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 정권 심판론을 가장 강하게 부각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31.3%라는 구체적인 사전투표율 목표치까지 내걸었다. 높은 사전투표율은 정권 심판론이 작동했다는 신호라는 게 민주당의 분석이다.
민주당은 그간 ‘투표율 상승은 곧 야당 승리’라는 등식을 적용해왔다. 민주당이 180석을 확보한 지난 21대 총선의 사전투표율은 26.7%로 20대 총선(12.2%)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총선의 재외선거 투표율이 역대 최고치인 62.8%를 기록하자 더욱 고무된 분위기다.
결국 민주당은 사전투표율을 통해 최종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전략이 최종 판세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4일 부산역광장에서 열린 사전투표 독려 행사에서 “참여가 곧 권력”이라며 “내일과 모레, 반드시 사전투표에 참여하고 남은 기간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분들을 설득해달라”고 호소했다. 이해찬·김부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각각 서울 영등포을과 경기 성남 분당갑에서 사전투표를 하며 격전지에 힘을 실어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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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의 셈법은 다소 다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강동구 유세 중 “저는 내일 이화여대와 연세대 등이 있는 신촌에서 사전투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대학가에서 사전투표를 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한 반감이 큰 젊은 유권자들을 최대한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60대 이상 보수층의 결집도 노린다. 한 위원장은 “우리는 과거 보수 정당과 달리 모두 내일 사전투표를 할 것”이라며 국민의힘 후보 254명 전원이 사전투표 첫날 투표에 참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국민의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의 인요한 선거대책위원장과 후보 전원도 첫날 투표한다.
국민의힘은 그간 사전투표율이 올라가면 불리하다는 인식에 사전투표를 적극적으로 독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과거에는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정당에 유리하다고 봤지만 민주당에 거부감을 느끼는 2030 청년층이 많아졌다”며 상황이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사전투표든 본투표든 ‘샤이 보수’를 투표장으로 많이 끌어내는 게 최우선 과제라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사전투표 독려 기자회견까지 열고 “1일(본투표 당일)간 싸우는 사람이 (사전투표 2일과 본투표 하루 등) 3일간 싸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며 “반드시 사전투표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보수 지지자들의 사전투표 불신을 진화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한 위원장은 “사전투표가 불안하다고 안 찍으면 누가 이기겠느냐”면서 “이번 선거부터 사전투표를 포함해 모든 투표를 하나하나 육안으로 확인하는 수개표를 실시한다. 끝까지 감시할 테니 사전투표장에 나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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