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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파랑 대신 흰 옷, 공보물서 尹·李 뺀 후보들

조선비즈 조회수  

4·10 총선을 일주일 앞두고 소속 정당과 ‘거리두기’를 하는 후보가 늘고 있다. 지역구 유세 현장에서 각 정당 상징색의 옷 대신 흰색 점퍼를 입거나 선거공보물에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을 넣지 않는 식이다. 정권심판론과 거대야당 심판론이 혼재하는 가운데, 격전지의 중도층 표심을 고려한 전략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부산 남구 후보 공보물. /선거관리위원회
박수영 국민의힘 부산 남구 후보 공보물. /선거관리위원회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공보물을 분석한 결과, 전국 주요 격전지 후보들은 당대표나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대신 지역공약, 민생 현안을 전면에 배치했다.

수도권과 함께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부산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 박수영 남구 후보는 그간 지역에서 이룬 성과와 공약만으로 공보물 4페이지를 채웠다. 박 후보는 당내에서도 윤 대통령과 가까운 친윤계로 꼽히지만, 공보물에 윤 대통령 사진은 담지 않았다. 대신 마지막 페이지에 대통령실과 ‘사천’ 갈등을 빚었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을 싣고 “새로워진 국민의힘”이란 문구를 넣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강북을 후보의 공보물. /선거관리위원회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강북을 후보의 공보물. /선거관리위원회

‘비명(非이재명)횡사’ 논란 속에 공천을 받은 친명 한민수 강북을 후보도 지역 현안에 무게를 실었다. 이 지역은 ‘박용진 대항마’로 경선에 출마했던 정봉주 전 의원과 조수진 변호사가 각각 막말과 ‘성범죄 변호’ 이력으로 사퇴한 곳이다. 이후 당 대변인이자 지역에 연고가 없는 한 후보가 공천을 받았다. 공보물에서도 ‘무연고’라는 약점을 상쇄할 정권심판론에 집중하고 있다. 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임을 고려한 전략이다.

그는 이 대표 강성 지지층에서 ‘찐명’으로 꼽히지만, 공보물에는 이 대표의 사진을 넣지 않았다. 대신 2페이지에 걸쳐 윤 대통령의 ‘카이스트 학위 수여식 입틀막’ 사건 현장 사진을 실었다. 또 ‘못살겠다 심판하자’ ‘검찰독재, 언론탄압, 경제·안보 무능의 윤석열 정권’라는 문구를 넣었다.

전날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공보물 중 서울·인천·경기 지역구(총 122개)에 출마한 후보 120명 가운데 윤 대통령 사진을 공보물에 활용한 후보는 22명에 그쳤다. 4년 전 총선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 수도권 후보의 69.4%(84명)가 공보물에 문 전 대통령 사진과 그림을 활용했었다. 이번 총선에선 민주당 후보 121명 가운데 공보물에 이 대표 사진을 활용한 후보는 41명 뿐이었다.

박성중 국민의힘 부천시을 후보 선거유세 현장. /박성중 캠프
박성중 국민의힘 부천시을 후보 선거유세 현장. /박성중 캠프

이런 현상은 격전지 유세 현장에서도 나타난다. 기호 1, 2번 후보들이 흰색 점퍼를 입고, 당명은 작게 표시하는 식이다. 통상 선거에서 흰색은 무소속 후보들이 사용하는 색이다. 후보자 이름을 앞세워 인물론으로 승부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대부분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대 후보와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거나 상대 정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 출마한 경우다. 실제 국민의힘 유의동(평택병), 이용호(서대문갑), 박성중(부천을), 박민식(강서을), 이원모(용인갑), 함운경(마포을) 후보 등 진보세가 강한 지역의 후보들이 지역에서 흰색 옷을 입고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용호 국민의힘 서대문갑 후보 유세 현장. /이용호 캠프
이용호 국민의힘 서대문갑 후보 유세 현장. /이용호 캠프

경기도 내 격전지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는 “유세 현장에서 어떤 분들은 귓속말로 ‘나 사실 보수’라고 말하고 갈 정도로 지역에선 국민의힘이 핍박받는 분위기”라며 “처음엔 당 상징색인 빨간 패딩을 입었지만, 시민들이 접근하지 않아서 일주일만에 하얀 옷을 추가로 구매해서 입었다”고 했다.

서울 강남을에 출마한 강청희 민주당 후보의 유세 현장. /강청희 후보 캠프
서울 강남을에 출마한 강청희 민주당 후보의 유세 현장. /강청희 후보 캠프

반면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선거 초반 흰색에서 파란색으로 갈아입은 경우가 늘었다. 민주당 서울 서초을 후보인 홍익표 원내대표가 대표적이다. 서울 중·성동갑에서 내리 3선을 한 그는 험지 출마 명분으로 지역구를 바꿔 출마했다. 보수 텃밭인 만큼, 초기엔 후보 이름과 당 기호만 적힌 흰 점퍼를 입었다. 민주당 ‘비명(非이재명) 횡사’ 공천 파동 등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했던 시기와 맞물린다. 그러나 ‘이종섭 도피 출국’ 논란 등 여권발 악재가 잇따르고 정권심판론이 커지면서, 최근엔 파란 점퍼를 자주 입는다.

경남 통영·고성에 출마한 민주당 강석주 후보의 유세 현장. /강석주 후보 캠프
경남 통영·고성에 출마한 민주당 강석주 후보의 유세 현장. /강석주 후보 캠프

강남을에 도전하는 민주당 강청희 후보 역시 유세 초기에는 흰색 점퍼를 애용했었다. 강 후보는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출신이다. 험지 민심을 얻기 위해 ‘이재명’ ‘파란색’ 이미지를 최소화하고 후보 경쟁력을 앞세운 전략이었다. 다만 최근에는 파란색 점퍼를 입고 유권자를 만나는 경우가 늘었다.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보수 우위 지역 내 민주당 후보들의 상승세가 나타나면서다. 다만 TK(대구경북)에서도 보수세가 강력한 경남 통영·고성의 강석주 민주당 후보는 눈에 띄는 파란색 대신 짙은 남색 또는 흰 옷을 애용한다. 지난 1일 고성시장 유세 때도 이름과 당 기호가 크게 적힌 흰색 점퍼를 착용하고 시민과 만났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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