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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주에 38억 7000만 달러(약 5조 2000억 원)를 투자해 메모리반도체용 후공정 기지를 건설한다.
SK하이닉스는 3일(현지 시간)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있는 퍼듀대에서 인디애나주와 퍼듀대, 미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투자 협약식을 열고 이 같은 투자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정준 SK그룹은 미주 대외협력 총괄 부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 등 SK 경영진과 함께 에릭 홀컴 인디애나주지사, 아라티 프라바카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멍 치앙 퍼듀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
곽 CEO는 “반도체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AI)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시설을 미국에 건설하게 돼 기쁘다”며 “이번 투자를 통해 당사는 갈수록 고도화되는 고객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해 맞춤형 메모리 제품을 공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 공장에서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메모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생산한 HBM을 미국으로 옮겨와 패키징 공정을 거친 뒤 엔비디아나 AMD와 같은 미국 고객사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AI 시대 ‘대장주’로 꼽히는 미국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에서 HBM을 공급받은 뒤 대만 TSMC에 패키징을 맡기는 방식으로 현재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가 미국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고 여기에 SK하이닉스까지 패키징 라인을 건설하면 미국으로서는 ‘설계-생산-패키징’까지 ‘메이드 인 USA’로 만드는 꿈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반도체 재건 프로젝트 속에 SK하이닉스가 포함돼 있는 것”이라며 “SK하이닉스 또한 미국으로부터 상당한 수준의 보조금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홀컴 주지사는 “인디애나주는 미래 경제의 원동력이 될 혁신적인 제품을 창출하는 글로벌 선두 주자”라며 “SK하이닉스와의 새로운 파트너십이 장기적으로 인디애나주와 퍼듀대를 비롯한 지역사회를 발전시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기술 측면에서도 패키징은 경쟁력을 가르는 게임 체인저로 통한다. HBM은 D램을 시루떡처럼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고성능 메모리다. 챗GPT와 같은 AI 언어 모델은 방대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처리 능력이 우수한 HBM이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반도체 미세공정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반도체를 얼마나 더 정교하게 조립(패키징)하느냐를 두고 삼성과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이 경쟁하고 있다.
실제 SK하이닉스가 HBM 경쟁에서 승리를 거둔 배경에도 경쟁사보다 뛰어난 패키징 실력이 있다는 게 반도체 업계의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HBM 4세대인 HBM3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으며 5세대 HBM도 엔비디아에 공급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의 5세대 HBM은 초당 최대 1.18테라바이트(TB)의 데이터를 처리하며 이는 풀HD급 영화(5GB) 230편 분량이 넘는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하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 공장을 통해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을 활성화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며 “인디애나에 건설하는 생산 기지와 R&D 시설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1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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