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성 기자] 손흥민(31)이 토트넘에서 또 새로운 역사를 썼다. 웨스트햄전에서 토트넘 통산 400경기를 달성하며 구단 역사상 비유럽인 최초 기록을 세웠다. 최근 손흥민에게 뜬금없는 평가가 있었지만 꿋꿋하게 그라운드를 달리며 존재감을 보였다.
손흥민은 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31라운드 웨스트햄 원정길에 선발로 출전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순위 경쟁에서 매우 중요한 한 판 승부였지만, 90분 풀타임에도 골 맛을 보지 못했고 팀은 1-1 무승부로 승점 1점 확보에 그쳤다.
아쉬운 결과였지만, 손흥민에게 웨스트햄전은 큰 의미가 있었다. 2015년 8월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 토트넘 통산 400번째 경기였다. 토트넘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손흥민 400경기 출전을 기념하는 영상으로 ‘살아있는 전설’ 행보를 축하했다.
손흥민은 토트넘 역대 통산 400경기를 기록한 14번째 선수가 됐다. 1969년부터 1986년까지 토트넘에서 활약한 스티브 페리맨(854경기)이 토트넘 최다 출전 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게리 마버트(1982∼1998년, 611경기)와 팻 제닝스(1964∼1977년, 590경기)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1992년)로 한정하면 3위까지 올라간다. 토트넘과 작별하기 전까지 주장 완장을 팔에 둘렀던 위고 요리스(447경기)가 1위에 있고, 지난해 여름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영혼의 단짝’, ‘런던 부부’ 해리 케인(435경기)이 2위에 있다. 비유럽출신으로 한정하면 토트넘에서 손흥민을 따라올 선수는 없다.
토트넘은 공식적인 계약 만료 1년을 앞둔 손흥민에게 레전드 대우를 하려고 한다. 유럽 팀에서 30대 선수에게 다년 재계약을 제안하는 일은 보기 드물지만, 토트넘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단기 계약이 아닌 장기 재계약을 추진할 생각이다.
올시즌 프리미어리그 15골로 득점 선두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드와 단 3골 차이다. 충분히 톱 클래스 존재감을 보이고 있지만, 현지에서 여전히 차가운 시선이 있다. 첼시, 애스턴 빌라 등에서 뛰었던 앤디 타운센드는 영국 매체 ‘토크스포츠’를 통해 “손흥민이 최고의 선수라는 건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설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건 옳지 않다. 올바른 맥박에서 사용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 내 대본에 그런 내용을 넣었는데 손흥민을 전설이라고 부르는 건 옳지 않다. 분명 훌륭한 선수지만 내 생각에 전설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흥민 커리어를 본다면 의문부호가 붙는 발언이다. 손흥민은 루턴타운전에서 짜릿한 역전골을 넣으면서 2015년 프리미어리그 입성 이후 118골을 기록했다. 프리미어리그 전설 스티븐 제라드(120골-역대 득점 22위)를 두 골 차이로 추격한 기록이다. 토트넘 역대 최다골 순위도 클리프 존슨(159골)을 밀어내고 단독 5위에 오르면서 또 한 번 기록을 경신했다.
반면 손흥민이 “전설이 아니다”라고 평가한 타운센드는 아일랜드 출신으로 사우샘프턴, 노리치시티, 첼시, 애스턴 빌라, 웨스트브롬위치앨비언(WBA) 등에서 뛰었다. 중앙 미드필더로 프리미어리그 215경기에 출전했는데 애스턴 빌라 시절 리그컵 우승 2회(1994년, 1996년)를 기록했다.
포지션도 다르지만, 손흥민과 비교하면 리그컵 우승 2회가 전부다. 리그컵은 트레블(FA컵, 챔피언스리그, 리그 우승)에 포함되지 않는다. 우승 기록은 좋지만 다른 대회에 비해 다소 작은 수준이다.
타운센드는 커리어 동안 프리미어리그 215경기에 13골 30도움, FA컵 17경기, UEFA컵 10경기 등에 불과했다. 2015년부터 프리미어리그 294경기, 챔피언스리그 55경기, FA컵 28경기 등을 뛴 손흥민이 타운센드에 비해 부족한 건 우승컵 뿐이다.
지난해 9월 개인 통산 4번째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상을 손에 쥐면서 티에리 앙리, 앨런 시어러, 프랭크 램파드 등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손흥민보다 많은 수상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해리 케인과 세르히오 아구에로(이상 7회), 스티븐 제라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이상 6회), 웨인 루니, 로빈 판 페르시(이상 5회)까지 단 6명이라는 점을 보면 타운센드 발언에 공감하긴 어렵다.
일부 혹평은 있지만, 손흥민 커리어를 인정하는 쪽도 많다. 토트넘에서 함께 뛰었던 벤 데이비스는 “난 손흥민이 처음 토트넘에 왔을 때를 기억한다. 축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팀에 에너지를 불어 넣던 선수였다. 양발을 쓰며 놀라운 기술과 결정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어려웠던 데뷔 시즌을 지난 뒤, 매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항상 임팩트를 주려고 했고 그는 매년 성장해나갔다. 그의 득점 기록을 보면, 미쳤다란 말이 나온다. 매 시즌마다 엄청난 일관성을 가지고 있다.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칭찬했다.
이어 ”한국 대표팀과 토트넘 캡틴으로서 모범이 돼 팀을 이끌고 있다. 우리는 9년 간 서로를 잘 알고 있다. 손흥민은 월드클래스 선수다. 게다가 월드클래스 ‘사람’이다. 내가 손흥민을 알게 된 건 정말 큰 기쁨이다. 우리가 축구에서 벗어나면 함께 커피를 마시러 갈 것이다. 손흥민 모자를 쓰고 도착해서 가능한 한 들키지 않기 위해 조심하려고 노력할 것 같다. 물론 손흥민이라서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손흥민은 한국에서 놀라운 팬들을 갖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훈련 센터에 함께 있을 땐 손흥민에게 약간의 평범한 일상을 가져다 준다“이라고 말했다.
웨스트햄전 이후 토트넘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주장이란 자리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손흥민은 완벽하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라며 엄지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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