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스타트업이 종사자 기준 4대 그룹을 웃도는 등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이번 22대 총선에서도 벤처·스타트업 육성 관련 공약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벤처·스타트업 공약들은 지난 21대 총선 때보다 비중이 줄고 정당들의 관심도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R&D 회복 한목소리…모태펀드·민간투자 등 활성화 의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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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각 정당이 발표한 선거공약집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스타트업 공약으로 R&D(연구개발) 확대를 강조했다. 올해 1조4000억원으로 전년대비 22.7% 줄어든 중소벤처기업부 R&D 예산을 기존 수준으로 돌려놓겠다는 설명이다. 중소벤처 분야의 R&D 전용 펀드도 1조원 이상 조성하고 지방 스타트업의 민간주도형 기술창업지원사업 팁스 선정을 2배 이상 늘리겠다고도 했다.
벤처투자와 관련해서는 모태펀드 예산 확대를 강조했다. 향후 5년간 모태펀드 신규예산을 2배 늘려 연간 벤처투자액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벤처투자액은 10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는 2021년 15조9000억원이다. 그밖에 네거티브 규제 도입, 신-구 산업 갈등 해결을 위한 공론장 마련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민의힘도 스타트업 공약으로 R&D 예산을 2027년까지 2조원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뿌려주기식 R&D를 지양하고 반도체, 이차전지 등 12대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R&D를 늘리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벤처투자와 관련해서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민간 중심의 생태계 조성에 방점을 찍었다. 민간과 함께 조성하는 2조원 규모의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관련 외부·해외투자 규제 완화 등 발표된 약속을 이행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밖에 스페이스K, 글로벌 팁스 등 스타트업 글로벌화 이행 의지도 재확인했다.
그밖에 새로운미래는 아기유니콘 육성사업 강화, 특허 관련 이익에 세금을 감면하는 특허박스제도 강화 등을 내세웠다. 개혁신당은 ‘K-네옴시티’를 건설해 첨단산업 벤처를 육성하겠다 밝혔고, 조국혁신당은 소셜벤처 집중 육성, 규제샌드박스 확대 등을 공약했다.
4년 전엔 여야 모두 ‘스타트업 육성’ 최우선 공약…이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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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정당들이 공통적으로 스타트업 R&D와 투자 활성화 등을 약속했지만 벤처·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씁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든 정당에서 지난 21대 총선보다 관심도가 낮아져서다. 대부분의 공약들은 과학기술 공약이나 중소기업·소상공인 공약의 일부로만 발표됐다. 그마저도 기존 정책의 재탕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 2020년의 경우 민주당은 유니콘 기업 30곳 육성 등 ‘벤처 4대 강국 실현’을 2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도 경제 활성화 주요 방안으로 벤처·스타트업 육성을 내걸었다. 복수의결권 도입, 모태펀드 확대, 주52시간 근로제 수정 등 각론은 달랐지만 모두 스타트업 육성이 최우선 순위에 있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의정갈등 등 굵직한 현안 이슈 때문인지 정치권의 벤처·스타트업 육성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며 “업계에서는 어떤 공약이 나와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다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뜩이나 경기침체와 고금리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도 줄어들까봐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민간 스타트업 생태계가 4년 전보다 성숙해진 결과란 해석도 나온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개별 정책에 좌우되는 단계를 넘어섰다는 설명이다. 한 벤처캐피탈(VC) 심사역은 “스타트업 생태계가 미시적인 지원사업들보다 거시적인 각 산업별 정책에 더 영향을 받는 모습”이라며 “업계도 ‘스타트업 정책’보다는 기업이 속해있는 산업별 정책들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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