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후보 격돌…선거전략 극과 극
김재섭, 여야 전선 흐리며 ‘일꾼’ 강조
안귀령, ‘심판론’ 앞세워 지지층 결집
전국 254개 선거구 가운데 유일하게 30대 MZ세대 후보가 맞붙은 서울 도봉갑이 이번 총선의 주요 격전지로 정치권의 관심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을 지냈던 87년생 김재섭 후보를 ‘1호 공천’으로 일찌감치 낙점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YTN 아나운서 출신의 89년생 안귀령 후보를 전략공천하며 맞불을 놨다.
같은 세대의 후보들이지만 선거전략은 극명하게 갈렸다. 먼저 김 후보는 중앙정치와는 일정 부분 거리감을 유지한 채 지역 현안에 집중하며 여야 전선을 흐르는 데 주안점을 뒀다. 3대째 도봉구에 거주한 토박이인 데다가 지난 4년간 당협위원장을 맡아 지역 구석구석을 파악하고 있다는 강점을 살린 대목이다. 전통적으로 도봉갑이 민주당 세가 강한 곳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2일 창동역에서 집중유세를 연 김 후보는 “4호선이 진접까지 확장되며 아침부터 막히고 힘들다. 1호선도 의정부까지 터주고, 동부간선도로는 새벽 5시부터 막힌다. 우리는 길만 내주는 곳이냐. 어렸을 때 창동역 출발 열차도 이제 없어졌다. 항상 우리는 후순위였다”고 주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한 뒤 “김재섭이 되면 도봉은 확실히 달라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권여당의 후보임에도 정부에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이전부터 다양한 방송에 출연해 정파를 가리지 않고 할 말은 했던 그다. 선거운동복도 국민의힘의 상징색인 붉은색 점퍼보다 흰색을 더 즐겨 입는다.
김 후보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것이 사실이고 국민들이 선뜻 국민의힘을 지지하기 어렵다고 말하는데,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며 “(대통령을) 비판해 지지자들에게 혼난 적도 많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 심판하자고 또 도봉구를 민주당에 넘겨줄 순 없다”고 호소했다.
이에 반해 안 후보는 ‘정권심판론’을 매개로 여야 전선을 분명하게 그으며 지지층 결집에 집중하고 있다. 약점인 지역 연고를 당세로 만회하는 동시에 높은 정권심판 여론에 편승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지역의 터줏대감인 인재근 의원이 지원하고 있고, 초기 반발했던 이동진 전 구청장이 막판 캠프에 합류하며 진용도 갖췄다.
안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무능한 윤석열 정권을 하루빨리 심판하고 싶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안귀령의 이름으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달라”고 적었다. “무쇠는 갈면 갈수록 예리해진다”며 “도봉구민을 지켜내는,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끊어내는 도구가 되겠다”고도 했다.
전날에는 김부겸 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집중유세에 참석해 “(정권을) 심판하는데 너와 내가 어디 있느냐”며 “안귀령 중심으로 합치자”고 지지층 단합을 촉구하기도 했다.
공식 선거공보물 내용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공보물 첫 페이지에 김 후보는 ‘든든한 도봉사람 김재섭’이라는 제목으로 도봉구에서의 삶과 포부를 밝힌 자기소개서를 넣었고, 이어 각종 지역 현안과 공약을 촘촘히 채웠다. 마지막 페이지는 만삭의 아내와 함께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을 수록했고, 유력 정치인과 찍은 사진은 오세훈 서울시장 정도였다.
안 후보는 첫 페이지부터 파란색 바탕에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넣었다. 다음 페이지에는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부각하는 내용을 담았고, 검찰·언론 개혁 등 민주당의 핵심 어젠다를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만 이재명 대표를 포함해 민주당의 유력 정치인과 함께한 장면은 따로 넣지 않았다.
지역주민들의 반응도 지지 후보별로 엇갈렸다. 쌍문역에서 만난 안모 씨(30대 여성)는 “낙후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주민들의 재개발·재건축 수요가 많다”면서 “지역을 잘 이해하는 후보가 돼야 도봉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창동역에서 만난 강모 씨(50대 남성)는 “윤석열 정권을 보는 2년간 가슴이 답답했다”며 “투표로 국민의 뜻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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