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만 3배 늘어…총 여신 중 6.8%
“사업장 과감히 정리” 위기관리 ‘사활’
국내 저축은행들이 내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서 불거진 연체가 한 해 동안에만 세 배 넘게 급증하면서 65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 고금리 충격파와 그에 따른 부동산 시장 위기가 저축은행업계에 직격탄을 날리는 모습이다.
저축은행업계는 부실 사업장의 과감한 정리를 예고하는 등 부동산 PF 위기관리에 사활을 걸고 나선 분위기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에서 발생한 연체는 총 6475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201.2% 늘었다. 부동산 PF는 건물을 지을 때 시행사가 공사비를 조달하기 위해 이용하는 금융 기법이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OK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액이 99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43.2%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한국투자저축은행이 511억원으로, 상상인저축은행은 424억원으로 각각 85.8%와 78.9%씩 늘며 해당 금액이 큰 편이다.
이밖에 ▲페퍼저축은행(316억원) ▲웰컴저축은행(291억원) ▲키움YES저축은행(224억원)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212억원) ▲모아저축은행(211억원) ▲JT저축은행(194억원) ▲애큐온저축은행(159억원) 등이 부동산 PF 대출 연체액 상위 10개 저축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저축은행업계의 전체 부동산 PF 대출 규모를 감안한 연체율은 7%에 근접했다. 저축은행들의 부동산 PF 대출에서 발생한 연체는 관련 여신 전체 잔액인 9조5652억원 대비 6.8% 수준이었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오성저축은행으로 31.7%에 달했다. 이어 ▲동양저축은행(28.3%) ▲센트럴저축은행(26.1%) ▲솔브레인저축은행(24.8%) ▲부림저축은행(24.8%) ▲진주저축은행(23.4%) ▲안국저축은행(23.0%) 등의 해당 수치가 20%를 웃돌았다.
부동산 PF 대출액이 1000억원을 넘는 중형급 이상 저축은행들 중에서는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연체율이 14.8%로 최고였다. 해당 규모의 다른 저축은행들 가운데서는 ▲동원제일저축은행(14.1%) ▲스마트저축은행(14.0%) ▲페퍼저축은행(13.2%) ▲상상인저축은행(12.7%) ▲바로저축은행(10.9%) 등의 연체율이 두 자릿수 대로 높은 편이었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를 둘러싼 부실이 꿈틀대고 있는 배경에는 장기화하고 있는 고금리 여파가 자리하고 있다. 높은 금리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수요가 위축되면서 대출을 끌어 쓴 건설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저축은행업계는 부동산 PF 부실 확산을 막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부실화된 일부 부동산 PF 대출의 효율적 정리를 위해 경·공매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표준규정에 반영해 시행하기로 했다. 적용 대상은 6개월 이상 연체된 PF 대출이다. 6개월 이상 연체 후 3개월 단위로 주기적인 경·공매를 실시할 계획이다.
적정 공매가 산정은 채권회수 가능성 하락 등을 감안한 실질 담보가치, 매각 가능성, 직전 공매회차의 최저입찰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합리적으로 조정할 방침이다. 저축은행업계는 경·공매나 자체 펀드, 상각 등으로 부실 자산을 조속히 정리해나갈 예정이다.
그 동안 저축은행중앙회는 금융당국과 이같은 경·공매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해 왔다. 이번 방안 시행으로 적극적인 부실 PF 대출 정리를 통한 건전성 제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서민과 중소상공인 등 거래자가 안심하고 저축은행을 믿고 이용할 수 있도록 건전성 제고 노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