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서울 영등포을 선거구에서 동갑내기인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용찬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총선에 이어 4.10총선에서 재대결한다.
영등포을은 부동층이 많은 지역이라 어느 후보도 막판까지 안심하기 어려운 곳으로 두 후보 모두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외부 변수를 주시하며 치열한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영등포을은 이번 총선에서 격전지로 불리는 ‘한강벨트’ 가운데서도 선거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한강벨트는 지리적으로 한강을 끼고 있으면서 어느 한쪽으로 정치 성향이 기울어 있지 않은 영등포, 마포, 용산, 강동 등을 일컫는 말이다.
영등포을은 인근의 영등포갑과 비교하면 보수 지지세가 좀 더 강한 편으로 여겨진다.
선거구에 포함돼 있는 여의도에 소득과 재산 수준이 높은 주민들이 보수 지지층을 두텁게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영등포을의 역대 전적을 보면 11번의 총선과 보궐선거에서 보수정당이 6번, 민주당계가 5번 승리했다.
물론 최근 치러진 19~21대 총선에서는 모두 민주당계가 승리하며 민심이 한 쪽으로 기운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2021년 서울시장 재보선, 2022년 20대 대선과 제8회 지방선거에서 대체로 보수정당 쪽에 힘을 실어준 만큼 경합지역으로서 성격이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민석 후보와 박용찬 후보는 2020년 21대 총선 때 영등포을에서 맞붙은 경험이 있다. 이때는 김 후보가 50.3%의 표를 얻어 박 후보(44.4%)를 이겼다.
두 후보는 나이가 같을 뿐 아니라 험로를 거친 뒤 영등포을을 발판 삼아 정치적 도약을 꾀한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김 후보는 지역구가 있는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정치 입문 뒤에도 줄곧 영등포를 기반으로 삼으며 정치활동을 해왔다.
그는 1992년 27살의 나이에 14대 총선에서 영등포을에 출마해 낙선했지만 4년 뒤 15대 총선에서 당선되며 국회에 입성했다.
당시 나이 31세로 15대 국회 최연소 당선자 기록을 쓰기도 했다. 4년 뒤에도 같은 지역에 출마해 재선 고지를 밟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 후보는 ’86세대’의 가장 떠오르는 샛별과 같은 정치인으로 평가됐다.
다른 86세대 정치인인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전 민주당 대표), 임종석 전 대통령실장이 16대 총선에서, 우상호 전 민주당 의원이 17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후보는 원내 진입이 최소한 4년 앞섰고 재선의원 시절 전국적 인지도도 매우 높아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비록 대통령 출마 자격이 40세 이상부터 주어지는 만큼 대선 도전에 나서진 않았지만 2002년 새천년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 이명박 후보와 겨룰 정도로 일찌감치부터 정치체급이 올라갔다고 할 수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순탄했던 김후보의 정치여정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새천년민주당을 나와 정몽준 후보 캠프로 자리를 옮기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결국 새천년민주당 후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며 김 후보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었고 이후 줄기차게 재기를 시도했지만 18년 동안 야인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김 후보는 2020년이 돼서야 21대 총선을 통해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재기에 성공했다. 지금은 민주당의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선거 전반을 관리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박용찬 후보 역시 영등포와 연고가 있다. 그는 여의도초’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박 후보는 MBC에 입사해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언론인 출신이다. MBC에서 뉴욕특파원, 보도본부 취재센터장, 시사제작국장, 논설위원실장, 뉴스데스크 앵커 등 요직을 거쳤다. 앵커로 뉴스를 진행했던 만큼 얼굴이 많이 알려져 대중 친화도가 높은 편이다.
박 후보는 MBC에서 비교적 순탄하게 경력을 쌓아왔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노조위원장 출신 최승호 PD가 사장에 오른 뒤부터 회사 내 입지가 좁아졌다.
‘MBC 블랙리스트’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회사로부터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회사 내 기자들의 정치성향을 분류해 작성한 블랙리스트 문건에 따라 업무에서 배제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박 후보는 법원에 낸 정직처분무효확인소송에서 최종심까지 승소하며 블랙리스트에 관여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2018년 MBC를 떠난 뒤 선택한 길은 정치였다. 박 후보는 2019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에 입당한 뒤 영등포을 당원협의회위위원장과 원외 대변인 등을 거치며 정치인으로서 경력을 만들어 왔다.
접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국 여론의 흐름은 영등포을 승부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영등포을의 정치지형 성격상 지역 선거에 국민 여론 흐름이 잘 반영되는 편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민심 이반과 ‘정권심판’ 여론 확산은 접전지에서 애쓰고 있는 박 후보에게는 다소 야속한 흐름일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동아일보의 의뢰를 받아 3월28~29일 전국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권심판론’이 46.5%, 거야심판론이 28.9%로 집계됐다. 정권심판론과 거야심판론의 응답차이는 17.6%포인트 차이로 오차범위(?3.1%포인트) 바깥이다.
이 조사는 7685개 국번별 0001~9999까지 무작위(랜덤)으로 생성한 무선전화번호와 RDD를 활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 채상병 의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대통령실과 관련된 각종 의혹, 설화 등이 복합적으로 여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 지역 판세가 접전 양상인 데다 새로운 변수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영등포을은 막판까지 승부를 예단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꽃이 3월27~28일 영등포을에 사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총선 가상대결에서 김민석 후보는 49.1%, 박용찬 후보는 41.3%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두 후보의 지지도 격차는 7.8%포인트로 오차범위(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안이다.
조사방법은 통신3사에서 제공한 무선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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