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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탄압 이슈 커지는데…국힘, 침묵하거나 엉뚱한 해명

미디어오늘 조회수  

▲2024년 3월31일 MBC '스트레이트' 갈무리
▲2024년 3월31일 MBC ‘스트레이트’ 갈무리

소위 ‘KBS 우파 장악 문건’이 공개되며 파장이 커지고 있지만 국민의힘이 침묵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일련의 언론탄압 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모습과 대비된다. 의도된 회피 전략인데 언론 대응 이슈에 유불리를 따지는 모습이 계속되면 총선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KBS 우파 장악 문건’은 지난달 31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서 처음 공개됐는데 박민 사장 취임 이후 진행된 일련의 조치들이 문건 내용과 구체적으로 들어맞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례로 “국민 신뢰 상실에 대한 진정성 있는 대국민 담화(사과) 준비”를 제시했는데 실제 지난해 박민 사장은 11월 14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다. 

‘대외비’라고 직인이 찍힌 문건은 작성자와 전달 경로 등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박민 사장 취임 이후 벌어진 일들을 보면 적어도 지금까지 KBS는 이 문건에 따라 KBS를 망가뜨리기 위한 계획을 실행에 옮겨 온 것이 아닌지 강하게 의심”(언론노조 KBS본부)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이라는 점에서 문건 작성 실체가 추가로 밝혀질 경우 그 배후에 따라 언론장악 문제가 총선 이슈로 번질 수 있다.

민주당은 “박민 KBS사장이 내정된 10월쯤 박 사장에게 전달된 일종의 지침”이라며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시나리오 문건이라고 규정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수신료 분리징수 수용, 대국민사과, 정원 축소, 임금삭감, 아웃소싱 등 박민 사장 취임 후 진행된 일련의 행위들이 해당 문건 내용과 대부분 동일하다. 즉 박민 사장은 이 문건의 시나리오대로 꼭두각시처럼 움직인 정권의 하수인에 불과했던 것이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문건은 이명박 정부 당시 공영방송 인사 동향을 파악하고 인사 개입 방향 내용을 담은 문건을 연상케 한다. 인사 방향 내용을 보면 특정 노조 소속 인사를 배제하라는 블랙리스트의 성격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공식 논평을 내지 않고 있다. 섣불리 방송장악 문건에 대한 실체 문제를 건드렸다가 자칫 역풍이 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유진그룹 주도로 임명된 김백 YTN 신임 사장이 1일 항의하는 YTN 구성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YTN 사옥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는 취임사에서 김건희 여사 의혹 보도들에 대해 사과하겠다고 했다. 사진=언론노조 YTN지부
▲ 유진그룹 주도로 임명된 김백 YTN 신임 사장이 1일 항의하는 YTN 구성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YTN 사옥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는 취임사에서 김건희 여사 의혹 보도들에 대해 사과하겠다고 했다. 사진=언론노조 YTN지부

YTN 문제도 언론탄압 이슈와 연결돼 문제가 커지는 형국이다. 대표적으로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진행자 하차 소식이 있다. 정치적 편향을 문제 삼아 강제 하차 조치를 했지만 특정 정당에 출마했던 사람을 후임으로 앉히면서 ‘땡윤방송’을 만드려는 노골적인 움직임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해직 사태와 노조 탄압 비판의 중심에 있는 김백 YTN 사장도 지난 1일 취임사에서 “엉터리 왜곡 보도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는지도 살펴보고 철저한 후속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지난해 10월 취임 직후 박민 KBS 사장의 행보와 비슷하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김 사장의 취임사는 대통령을 위한 방송이 되겠다는 맹세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김백 YTN 신임 사장은 KBS를 정권 홍보방송으로 전락시킨 박민 KBS 사장이 롤 모델이냐”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김 사장은 이날 ‘YTN이 대통령 후보 부인에 대한 일방적인 주장을 검증 없이 보도했다’며 편파, 왜곡방송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강변했다”며 “대통령 배우자는 언론이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성역이냐? 대통령 후보 배우자에 대한 검증 보도를 사과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충성 맹세에 다름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이 이날 내놓은 언론 관련 논평은 경향신문 보도에 대한 반박성 주장이었는데 오히려 수면 아래에서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경향신문은 “‘대파가 875원이면 합리적’이라는 윤석열 대통령 발언을 둘러싼 논란을 보도한 문화방송(MBC) 기사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민원을 넣은 주체가 국민의힘인 것으로 2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방심위로부터 제출받은 정당 단체 제출 민원 현황에 따라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민원을 넣은 주체가 국민의힘이라고 지목했다. ‘뉴스데스크’는 지난달 20일 윤 대통령의 대파 발언에 대한 내용을 논란성으로 다뤘다. 지난달 1일부터 27일까지 약 한달간 189건의 민원 중 국민의힘이 낸 민원은 137건으로 나왔고, 이중 77건이 MBC 보도 및 시사 프로그램 관련 문제 제기였다.

국민의힘은 “적법 절차에 따라 제기한 민원을 마치 정치적 외압이나 부당한 영향력 행사인 것처럼 비춰지도록 보도한 것은, 악의적 의도가 있는 흠집내기 기사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방심위를 창구로 활용해 불리한 뉴스를 압박하고 차단하려는시도로 볼 수 있는 언론 탄압 사안에 대한 해명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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