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최대 격전지이자 승부처로 꼽히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수율(생산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이 생산하는 HBM3E의 수율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해, 최대 고객사인 미국 엔비디아가 수급 차질에 대한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HBM은 고성능 AI 프로세서인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짝을 이루는 메모리 반도체다. D램 제품을 여러 개 적층하는 첨단 설계가 사용돼 제조 공정의 복잡도와 양산 난도가 높다. HBM은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를 거쳐 현재 5세대(HBM3E)까지 개발된 상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HBM 시장 점유율 1위인 SK하이닉스의 HBM3E 양산 수율은 50%를 상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수율은 이와 비슷하거나 일부 공정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저조한 수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D램의 수율은 90% 이상이다. HBM3E가 탑재된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H200′ 출시를 앞둔 엔비디아 측은 HBM 수율 안정화를 위한 방안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 SK하이닉스, 4세대 HBM 양산 노하우 5세대로 이어져
반도체 업계에서 수율은 제조사의 수익성뿐만 아니라 고객사와의 신뢰 관계와 직결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HBM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대적인 설비투자에 나선 만큼 수율 향상을 통한 수익성 제고가 필요하다”라며 “수율이 저조해 고객사와 협의한 납기 일자를 맞추지 못하게 되면 신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수율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HBM3를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60%대 수율을 기록했고, 이를 바탕으로 HBM3E 생산 역량을 제고해 지난달 엔비디아에 공급을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업계 최다 HBM 공급 경험과 양산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라며 “HBM3E 시장에서도 이 같은 지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 삼성전자, 4세대 부진 5세대로 만회 전략… HBM 전담팀 구성해 대응
삼성전자는 HBM3에서의 부진을 HBM3E를 통해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HBM 시장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서 ‘삼성전자의 HBM을 사용하고 있냐’라는 질문에 “아직 사용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현재 테스트하고(qualifying) 있으며 기대가 크다”고 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수준이다. 하지만 HBM3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90% 넘게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남정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연구위원은 “수율은 양산을 거듭하면서 누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화된다”라며 “삼성전자가 HBM3 공급에 차질을 빚으며, 더 높은 사양의 HBM3E 초기 양산 수율 안정화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최근 메모리사업부에 HBM 개발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수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를 강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해 2분기 H200 출시를 앞둔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HBM3E의 원활한 수급이 필요하다”라며 “최근 HBM3E를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 회사에 테스트 솔루션 등 수율 안정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