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반응도 싸늘하다. 이들은 ‘협박을 구체화했을 뿐’이라면서 한국의 의료 미래가 걱정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 달 넘게 의료공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의과대학 교수들마저 1일부터 진료축소에 나서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료계가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의대 증원에 대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담화 내용은 기존 보건복지부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40일 넘게 이어온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그간 복지부는 정부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2000명 증원을 결정했다고 강조해왔다. 이를 조정하기 위해선 이에 상응하는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었다.
윤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대화와 협상’ 카드를 제시한 만큼, 향후 의료계가 이에 응할 수 있는 답변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미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의 대다수가 돌아오지 않고 있는 데다 의대 교수들과 개원가의 진료 축소가 현실화한 만큼 추가로 대응할 카드가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당선인은 이날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의협이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던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가 아닌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대응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성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 역시 브리핑을 열고 “의료계의 의견은 전혀 들어주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많은 기대를 했던 만큼 더 많은 실망을 하게 된 담화문”이라면서 “의대 정원 증원 2000명 부분만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어서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의료계 전반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은 유화책을 발표하지 않았고 오히려 전공의들에 대한 처벌을 예고했다”며 “협박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재승 전국의대교수 비대위 위원장도 “정부는 현 의료 사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담화문”이라며 “한국 의료의 미래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들의 업무공백 장기화로 한계에 부딪혔다며 외래 진료 최소화에 나서면서 현장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학병원의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동네 병의원을 운영하는 개원의들도 이날부터 ‘주 40시간’ 진료를 선언한 만큼 환자들이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진료 공백으로 인한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복지부가 운영하는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까지 602건의 피해신고서가 접수됐다. 수술 지연 403건, 진료 취소 108건, 진료 거절 64건, 입원 지연 27건 등이다. 의료이용 불편 상담은 1144건, 정부가 법률 상담을 지원한 건은 232건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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