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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위암 말기라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데 심장에 물이 차서 위독한 데도 다니던 병원은 오지 말라고만 한답니다. 언제 심정지가 올지 모르는 위급한 상황에 받아주는 상급종합병원이 없대요. 지금도 이런 민원이 매일 쏟아지는데 교수님들마저 병원을 나간다니요. 애타는 환자들은 안 보입니까. “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1일 서울시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대형 의료기관 노조 대표자회의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공의들이 돌아오기는 커녕 그들을 설득해야 할 의대 교수들마저 진료를 줄인다는 말을 들으니 실낱같은 희망마저 짓밟힌 기분”이라고 절규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7주차로 접어들며 암환자들이 체감하는 의료공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의료진이 없어 입원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외래주사실에서 항암치료를 진행하는 사례가 늘어나다 보니 대학병원 통원주사실은 연일 암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그마저도 자리가 없어 주사실 앞 대기의자에 앉아 주사를 맞거나 암진단을 받고도 항암, 방사선 치료 일정이 4~5개월 뒤로 잡히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응급 상황이 잦은 암환자의 상당수는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 가면 2차 병원으로 돌려보내지는데, 2차 병원도 이미 포화 상태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의료공백 사태 속 충북 보은에서 도랑에 빠진 33개월 아기가 병원 아홉 군데서 이송을 거부당한 끝에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환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김 대표는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대란)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망자가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의대 정원 2000명을) 양보하지 못한다는 전제로는 의료계와 아무런 대화도 하지 못한다. 고통 받는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조속히 대화에 나서라”고 정부를 향해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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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환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 장기화에 따른 피해는 병원에 남겨진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빅5 병원을 비롯해 전공의 의존도가 높았던 대다수 대형병원들은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정부가 전공의 집단사직의 대책 중 하나로 내놓은 PA(진료보조) 간호사 시범사업을 빌미로 의사가 해야 할 업무를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일반간호사에게 떠넘기거나 무급 휴가를 강요하는 등 병원 노동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3월에 입사할 예정이었다가 무기한 연기를 통보 받거나 재계약을 기다리다 일방적으로 계약이 해지되는 적지 않다. 이날부터 의대 교수들이 주 52시간 근무 등 진료 축소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병원 노동자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졌다.
이경민 보건의료노조 서울아산병원지부장은 “진료 및 수술, 검사 일정이 대거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이를 안내하는 병원 노동자들은 환자와 보호자들로부터 폭언과 항의를 받으며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지금도 임금체불과 구조조정 같은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데 (의대) 교수들이 낸 사표가 한달 뒤 수리되고 나면 병원이 문을 닫는 건 아닌지 막막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이들은 의정갈등에서 비롯된 의료공백 사태의 책임을 환자와 병원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둘러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되 반드시 의사들과 정당 관계자 뿐 아니라 환자와 병원노동자, 시민 대표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게 이들의 요구다.
권미경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의료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만큼 왜곡된 의료이용체계를 바로 잡고 의사, 간호사 인력 구조를 대폭 확충해 필수의료, 공공의료, 지역의료 관련 근본적인 의료개혁을 이뤄야 한다”며 “전공의들은 즉각 병원으로 복귀하고 교수들은 집단 사표를 철회하라”고 목소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보건의료노조 소속 강동경희대병원지부, 강동성심병원지부, 건국대병원지부, 경희의료원지부, 고대의료원지부, 국립중앙의료원지부, 금강아산병원지부, 보훈병원지부 서울지회, 상계백병원지부, 서울성모병원지부, 서울아산병원지부, 여의도성모병원지부, 은평성모병원지부, 이화의료원지부, 중앙대의료원지부, 한양대의료원지부와 건국대병원노동조합, 서울의료원노동조합,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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