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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라캐도 최경환” vs “새 인물 조지연”…’불패 신화’ 흔들리는 경북 경산 [배틀필드 410]

이투데이 조회수  

30일 경북 경산시 무소속 최경환 후보·국민의힘 조지연 후보 선거 사무소 전경. 2024. 03. 30. (이난희 기자 @nancho0907)

“국민의힘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경북 경산의 불패 신화는 이번 총선에서 깨지게 될까.

이 지역은 국민의힘 텃밭인 TK(대구·경북)에 속해있지만, 친박계 좌장으로 불렸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변수가 발생했다. 국민의힘에선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 조지연 후보가 출마했다.

두 후보의 접전 양상에 민심은 요동치고 있었다. 본지가 만난 시민들은 “최경환 후보를 찍겠다”, “조지연 후보를 찍겠다”는 선명한 대답을 내놨다. 하지만 “(고의로)무효표를 낼 것”이라며 정치권에 실망감을 표출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31일 경산시장에서 만난 족발집 사장 김모 씨(50대, 남성)는 “지역 발전을 생각하면 머라캐도 최경환을 뽑아야 한다”면서 “최 후보는 사무실이 이 근처라 그런지 시장에 자주 온다. 여기 시장에 있는 50~60대는 지역에 오래 산 분들이 많으니까 최 후보를 찍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하양읍이나 와촌면 쪽으로 가면 조 후보를 찍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더라”고 했다. 떡집을 운영하는 신모 씨(55세, 남성)도 “주변 사람들 물어보면 다 최경환 찍겠다고 한다”면서 “청와대에 있을 때 예산도 많이 끌어오고 능력 있지 않습니까”라고 했다. 다만 그는 “그런데 이 동네 분위가 그렇게 쉽지는 않은 게 걱정이다. 막상 투표장 들어가서 찍을 때는 이유 없이 2번을 찍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조지연 후보(경북 경산) 페이스북 캡쳐.

최경환 후보는 17대 국회를 시작으로 경북 경산에서 내리 4선을 했다. 지역구 의원으로 있는 동안 경산 지하철을 개통하고 남천강 둔치를 휴식처로 만드는 등 지역 발전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산에서 줄곧 살았다는 이모 씨(61세, 남성)는 “경산은 무조건 최경환이다”라면서 “국회의원이 지역을 먹고 살게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지, 당이 뭐 중요하노”라고 했다.

하지만 치고 올라오는 조지연 후보의 기세는 매섭다. 지난 달 18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중앙일보 의뢰)에서 조 후보는 32%, 최 후보는 42%로 두 후보의 격차는 오차범위(±4.4%포인트) 밖인 10%포인트였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후인 지난 달 27일 공개된 리서치민(KBS 대구방송총국 의뢰) 여론조사에서는 조 후보 38.7%, 최 후보 39.7%를 기록해 초박빙 대결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경산을 찾아 조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 위원장은 당시 “우리의 원칙은 무소속 출마자에 대해 복당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최 후보를 겨냥했다.

조 후보의 지지세가 높다는 경산 하양읍의 민심은 어떨까. 경산 하양읍은 조 후보가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동네다. 하양읍에서 20년을 살았다는 신모 씨(56세, 남성)는 “할 만큼 했으면 때를 알고 물러나야 한다. 너무 오래 하면 안 된다. 새로운 인물이 와서 뭘 좀 치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하양 쪽은 조 후보의 영향력이 크다”면서 “몰표가 나오다시피 할 걸로 봐요”라고 했다. 하양읍의 옆 동네인 진량읍에 산다는 우모 씨(57세, 여성)는 “이번에는 동네별로 누구 밀어주는지가 갈리는 것 같다”고 했다.

무소속 최경환 후보(경북 경산) 페이스북 캡쳐.

다만 하양읍에서 부동산을 하는 조모 씨(65세, 여성)는 “하양이 많이 침체되어 있다. 지식산업단지도 한다 해놓고 미뤄진 건지, 무산이 된 건지”라면서 “옛날처럼 여기가 젓가락만 꽂아놔도 되는 곳이 아니다. 이제 사람들이 뉴스도 많이 보고 똑똑해져서 후보 보고 투표한다. 최경환 씨가 일을 많이 했다. 그분 밀 거다”라고 했다.

한편, 젊은 층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실망을 표출했다. 일부 시민들에게선 “무효표를 낼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25세 대학생 권모 씨(여성)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신뢰가 없다. 선호하는 사람도 없고, 저는 무효표를 제출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평동에 산다는 대학생 이모 씨(23세, 남성)는 “대통령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실망스러운 행보를 많이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선거에서 차악을 뽑는 것은 그만하고 싶다”고 했다. 경산시장에서 수제 햄버거를 파는 정모 씨(38세, 남성)는 “투표는 해야 하는데, 출산율도, 결혼율도 제가 봤을 때는 답이 없다”며 “나중에 기업들이 줄줄이 부도가 날 것 같은데, 그때 돼야 위기감이 높아지지 않을까”라고 토로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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