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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료계와 대화 의지를 표명한지 1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의정(醫政)관계는 악화일로다. 양측이 머릴 맞대고 대화와 협상에 나설 플랫폼 구성은 요원하고 정부와 여당에서도 ‘2000명’ 숫자에 증원 규모에 대한 방식에 대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의사들은 통일된 목소리를 낼 대화 창구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4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단을 만났을 때만 해도 의정 갈등은 일사천리로 해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 비대위원장의 요청에 화답하며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에 대해 ‘유연한 처리’를 모색해달라면서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달라고 지시했을 때만 해도 5주간의 의정 혼란이 드디어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1주일이 더 지난 지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여전히 의제가 마련되지도, 대화할 협의체가 구성되지도 않았다.
대화를 시작도 못한 것은 ‘뜨거운 감자’인 의대 증원 ‘2000명’ 규모에 대해 양측의 입장차가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0명 증원 규모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라는 말을 고수하고 있다. 다른 카드를 제시할 수단도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2000명 증원을 백지화하라”는 의료계를 상대로 서둘러 대화만 언급한 셈이다.
대화를 언급한 다음 날인 지난 25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시장에서 물건값 깎듯이 흥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정부는 대화 언급 이후 지난 26일 교육·의료계 인사들을 만났지만 그야말로 대화를 하고 있다고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인 모임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정부 정책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온 대한의사협회(의협)이나 의대교수 단체는 참여하지 않았다. 특히 집단사직으로 현 상황의 직접적인 당사자라고 봐도 무방한 전공의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정부는 같은 날 의료계를 향해 내년도 의료예산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의사들은 대화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총선을 앞두고 여당 내에서 ‘2000명 증원’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되면서 정부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의사출신인 국민의힘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은 증원 규모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7일 정부가 내년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면 ‘의료 파탄’이 일어날 것이라며 증원 규모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고, 29일도 YTN 라디오에서 “2000명 증원을 성역으로 남기면서 대화하자고 하면 진정성이 없다고 다들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물론 한동훈 위원장과 만난 전의교협, 전국의대교수 비대위가 정부의 대화 요구에 침묵하고 있다. 개원의 중심 단체인 의협은 초강경파 인사가 차기 회장에 당선돼 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임현택 의협 회장당선자는 지난 26일 “면허정지나 민·형사 소송 등 전공의·의대생·교수들 중 한 명이라도 다치는 시점에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지난 27일에는 “의사 출신 개혁신당 비례후보를 반드시 당선시킬 것이며, 의협 손에 국회 20∼30석 당락이 결정될 만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저출생을 고려해 의대 정원을 오히려 500∼1000명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임 당선자가 내건 대화의 조건도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카드다. 그는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차관 파면, 의대 증원에 관여한 안상훈 전 사회수석 공천 취소가 기본이고 대통령 사과가 동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의사, 양측 모두 대화의 테이블에 앉지 않고 자신들의 주장만 반복하는 가운데 환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환자단체가 함께하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25일 성명에서 “의료계와 정부는 정말로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해 죽어 나가는 상황이 되어서야 이 비상식적인 사태의 종지부를 찍을 셈이냐”라고 반문하며 “우리의 목숨은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으로 희생되어도 좋을 하찮은 목숨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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