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 의원님이 정말 젠틀하시다. 부모님과 얘기를 해보면 부산에서 누리는 인프라들이 서 의원님이 시장일 때 한 것들이라고 하더라. 이 정도 행동력이라면 북구를 맡길 수 있겠더라.” (30대 직장인 김현우씨)
“우리 지역을 단 1%라도 더 아는 건 전재수 의원님이라고 본다. 서병수 의원님도 호감형이지만 국민의힘에서 가라고 해서 북구로 오신 걸로 알아서 조금 고민이 된다.” (20살 대학생 최주연씨)
지난 28일 부산 북구 신만덕새마을금고 본점부터 덕천 지하상가 등 부산 일대에서 만난 부산 북구 주민들은 4·10 총선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에 대해 가감없는 목소리를 내놓았다.
본격적인 선거운동 첫 날인 이날 오후 부산 북구 신만덕 새마을금고 본점 앞에서는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 후보가 퇴근길 인사에 나섰다. ‘일 잘하는 실력가’ 이미지가 뚜렷한 서 후보는 부산시장 재직 시절 이뤄냈던 업적을 바탕으로 앞으로 추진할 공약을 홍보하는 중이었다.
다음날 부산 북구 낙동고등학교 앞에서 만난 전 후보 역시 지역 주민들과 인사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친근한 이미지’가 장점인 전 후보는 지역 주민 한명 한명을 ‘행님’, ‘누님’, ‘동생’으로 부르며 인사했다.
이른바 ‘낙동강 벨트’로 분류되는 부산 북갑에서는 현역 의원 간 혈투가 벌어지는 중이다. 이 지역은 최근 선거구 획정 변동으로 부산 북·강서갑에서 분구가 이뤄졌다. 제18·19대 총선에서는 여당이었던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당선됐고 제20·21대 총선에서는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제22대 총선에서 민주당에서는 재선의 전 후보가 지역구 수성에 도전하고, 국민의힘에서는 부산시장을 지낸 5선(해운대·기장 4선, 부산진갑 1선) 서병수 국민의힘 후보가 지역구 탈환에 나섰다.
다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전 후보가 서 후보보다 우세한 흐름을 가져가고 있었다.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양일 간 조사한 결과에서 전 후보는 48% 지지를 받았고, 서 후보는 39%로 조사돼 격차가 오차범위 밖인 9%포인트로 나타났다. 한국일보가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 간 부산 북갑 거주 유권자 500명을 상대로 벌인 조사결과에서도 전 후보는 52%, 서 후보는 30%로 집계됐다. 두 후보 간 격차는 22%포인트로 오차범위 밖 차이를 보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 북구 민심은 반반… “지역 관리 탄탄한 전재수” vs “행동력甲 서병수”
북구 최대 전통시장인 구포시장과 덕천 젊음의거리 등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전 후보가 지역구 관리를 잘 해왔다고 입을 모았다. 구포시장에서 10년간 빵집을 운영해온 오모(55)씨는 “전 후보가 북구를 워낙 탄탄하게 닦아놨다”며 “전 의원은 선거철 보여주기식으로만 시장을 방문하지 않고 평소에도 단골로 오며 힘든 건 없는지 물어본다. 손님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수더분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평판이 좋다”고 말했다.
덕천 젊음의거리에서 15년간 식당을 운영한 이모(40)씨는 “북구에서 전 후보의 이미지가 좋다. 의정 활동이나 공약 이행률도 높을뿐더러 무엇보다 지역구에서 열심히 일한다. 이전에 봤던 국회의원과는 다르게 행동한다”며 “서 후보는 전략공천돼 부산진구에서 연고도 없는 북구에 갑자기 오게 됐는데, 진정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서 후보를 찍겠다고 말한 유권자는 집권 여당 소속이면서 중진인 서 후보가 지역구 발전에 더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직장인 김모(32)씨는 “일을 잘했으니깐 5선이나 했을 것이고 무엇보다 부산시장 할 때도 잘했다. 스펙 자체가 정치인으로서 능력이 뛰어나다”며 “또 집권 여당 소속인 만큼 서 후보가 전 후보보다 공약을 더 적극적으로 실천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진구에서 살다가 북구로 이사왔다는 택시기사 최모(49)씨는 “서 의원은 지역구를 한두 번 옮긴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도 부산시장을 해서인지 지역 현안을 빨리 캐치하더라”라면서 “전 의원이 아무리 잘했다고는 해도 기억에 딱히 남는 게 없었다. 서 의원이 현안 정책을 바로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 정권 심판론·조국혁신당엔 의견 분분
윤석열 정권과 조국혁신당에 대한 북구 주민들의 의견은 팽팽하게 대립했다. 덕천동에서 10년 넘게 거주한 주부 이모(36)씨는 “지금까지 여당을 지지해 왔는데 이번 정부 들어서 대처하는 행동을 보면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다”며 “대통령 중심으로 잘못한 일이 터지면 사과하고 수습하면 되는데 (그렇지 않았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거다”고 말했다.
반면 구포시장에서 생활한복가게를 운영하는 강모(67)씨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윤석열 정권을 지지해야 한다”며 “지금 겨우 2년 지났는데 정권 심판이니 뭐니 이야기하고 있다. 대통령이 한 것들에 대한 성과가 나오기도 전에 난리치는 거다. 나라가 잘 돌아가려면 야당도 (정쟁을) 그만하고 정권에 따라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에 대한 의견 역시 정권심판론 만큼이나 의견이 갈렸다. 구포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조모(53)씨는 “이야기도 꺼내지 마라”며 “사법 리스크가 있는 사람이 국회의원 선거에 나온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만덕 1동에 거주하는 회사원 최영진(45)씨는 “윤석열 정권 심판은 민주당보다도 조국혁신당이 훨씬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
◇ 네거티브 공격 없었던 與野… 칭찬에 이은 공약 유세 중심
민심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두 후보가 모두 네거티브 공격 없이 공약 중심 유세를 이어나간 점은 신선한 대목이었다. 상대 후보에 대해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서 후보는 “일 잘하는 의원”이라며 말했고, 전 후보는 “개인적으로는 존경하는 의원”이라고 했다.
서 후보는 “경부선 철도 지하화를 통해 KTX 노선을 당겨 구포역, 김해공항, 가덕도 공항을 지나게 해 구포역이 부산의 교통 요충지로서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라며 “덕천역 일대에 조성될 복합환승지구를 관광형 쇼핑타운으로 만들고 화명생태공원 인근 부지는 테마공원으로 조성해 낙동강 관광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전 후보는 “우선 북구 주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겠다”라면서 “그 다음 북구 1000만 방문객 시대, 2000억 경제 효과시대를 열겠다. 금빛노을강변공원 및 감동진 리버워크 조성, 경부선 철도 지하화, 수영장 포함 북구 복합문화체육센터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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