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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전 의원이 국민의힘 수도권 후보들의 4·10 총선 선거운동에 구원투수로 뛰고 있다. 서울·경기·충청 지역구 후보들이 먼저 유 전 의원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어서다.
유 전 의원은 2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길음역을 찾아 이종철 국민의힘 성북갑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다. 전날 경기 화성정 후보인 유경준 의원을 도운 데 이어 연이틀 마이크를 잡는 것이다.
유 전 의원은 오는 30일 오후 함운경(서울 마포을), 최재형(서울 종로) 후보의 유세를 지원할 예정이다. 오경훈(서울 양천을), 이성심(서울 관악을), 최원식(인천 계양갑), 이상민(대전 유성을), 박경호(대전 대덕) 후보도 유 전 의원의 지원 유세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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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과 충청권 여당 후보들의 ‘유승민 러브콜’ 배경엔 야권의 ‘정권 심판론’이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조국혁신당이 ‘반윤'(反尹) 정서를 자극하고, 더불어민주당이 김부겸·이해찬·이재명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를 완성하며 민주 세력의 파이(Pie) 자체를 키우고 있어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 전 의원처럼 보수 진영 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당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내는 정치인이 ‘스피커’로 나선다면 이재명·조국 대표를 선택하기 꺼리는 이들이 국민의힘 쪽으로 눈길을 돌릴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반윤 정서를 가진 중도보수 지지자들을 민주당에 뺏기지 않으려면 유 전 의원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유 전 의원은 전날 지원 유세에서 “윤석열 정부가 잘못한 데 대해 시민들께서 따끔한 회초리를 들겠다면 맞겠다. 잘못한 거 반성하겠다”며 “그러나 아직 3년이나 소중한 임기가 남은 이 정부가 최소한 일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의석은 이번 총선에서 확보해주셔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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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들과 관련해서도 “(의대 정원) 2000명 숫자에 집착하고 고집하는 것은 국민들 눈에 오기로밖에 안 보인다”,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종북 심판 슬로건으로 선거 치르면 중도층 표심이 더 멀어질 것” 등 중도의 눈높이에 맞는 발언을 쏟아냈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본지에 “유승민 전 의원을 모셔와야 할 정도로 분위기가 안 좋은 것 맞다”며 “대통령실 내에도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고 다들 생각이 다르긴 하지만 당장 선거가 어려운데 유승민 전 의원도 힘을 보태고, 그 누구라도 총을 들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도 본지에 “유승민 전 의원의 목소리를 우리가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동훈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고군분투 하고 있고 훌륭하게 해내고 있지만 홀로 모든걸 감내하기에 물리적인 어려움이 분명 있다”고 귀띔했다.
유 전 의원은 당분간 개별 후보들의 요청에 응하며 선거 유세를 도울 것으로 보인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날 유 전 의원에게 공식적으로 역할을 요청할 계획이 있는지에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면서도 “개별 후보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시는 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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