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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에 해고까지…토종 밀폐용기 ‘락앤락’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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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비즈워치

토종 밀폐용기업체 락앤락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경영에 빨간 불이 켜졌다. 유일한 국내 생산공장을 접은 데 이어 직원을 부당해고 했다는 논란에도 휩싸였다. 반면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는 자산 매각과 배당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8년만에 ‘적자 전환’

락앤락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이 전년 대비 7.0% 감소한 4846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이후 처음으로 매출액이 5000억원 선을 밑돌았다. 여기에 지난해 21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락앤락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을 낸 것은 전신인 하나코비에서 분할 설립된 2005년 이후 18년만의 일이다.

락앤락은 “지난해 실적 악화는 중국 등 주요시장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과 재고자산평가 손실 등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락앤락의 이 같은 실적 악화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인 어피니티의 엑시트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어피니티는 2017년 8월 락앤락 창업자 김준일 전 회장과 특수관계인으로부터 락앤락 지분 63.69%를 약 6300억원에 사들였다. 락앤락은 이후 소형가전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꾸준히 매출액을 늘려왔다. 2021년에는 연결 기준 매출액 5430억원을 내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하지만 수익성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국내 사업에서의 손실이 지속해서다. 락앤락 국내법인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이 때문에 어피니티가 락앤락을 인수했던 2017년 12.4%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2019년 5.0%까지 하락했다. 2022년에는 락앤락의 영업이익이 23억원까지 쪼그라들면서 영업이익률은 0.5%에도 미치지 못했다. 

락앤락의 매출액이 2022년부터 계속 감소한 데다, 지난해에는 손실까지 내자 주가도 가파르게 하락했다. 어피니티 인수 당시 1만8000원대였던 락앤락의 주가는 지난 28일 종가 기준으로 6420원까지 주저앉았다. 어피니티가 제 값을 받고 락앤락을 매각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자금 회수 나선 어피니티

이에 따라 어피니티가 선택한 방법은 배당과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중간 자금 회수다. 락앤락은 지난 2022년 10월에 이어 2023년 2월까지 4개월 여만에 두 차례에 걸쳐 배당을 실시했다. 어피니티 인수 이후 락앤락이 배당을 한 것은 2019년 주당 80원의 결산배당(배당금 총액 43억원)뿐이었다.

2022년 10월 분기배당은 주당 1653원으로, 락앤락 최대주주인 컨슈머스트랭스(어피너티 특수목적법인)가 가져간 배당금은 577억원이었다. 이어 컨슈머스트랭스는 지난해 3월 주당 300원의 결산배당을 통해 105억원의 배당금도 챙겼다.

/사진=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홈페이지 캡처

어피니티는 주식의 유상 감자를 통해 현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락앤락은 지난해 10월 687만4033주의 주식을 강제 유상소각했다. 유상소각 대금 400억원 중 278억은 최대주주 컨슈머스트랭스의 몫이었다.

지난해 말에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자본준비금 감액의 건’을 의결했다. 자본준비금 2925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시킨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2022년말 2510억원이었던 락앤락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말 기준 4882억원까지 늘었다. 자본준비금과 달리 이익잉여금은 배당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어피니티가 추후 배당을 통해 자금을 추가 회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어피니티는 락앤락의 공장과 해외 법인 등도 매각했다. 어피니티는 2021년부터 국내 아산공장·물류센터와 베트남·중국 등 해외 공장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2022년과 2023년 배당 재원을 마련한 셈이다. 지난해 말에는 안성공장 가동마저 중단됐다. 안성공장은 2021년 아산공장 매각 후 유일하게 남아있던 국내 생산시설이다. 안성공장 역시 아산공장과 마찬가지로 매각 수순을 밟아 현금화 할 것으로 보인다.

직원 해고로 갈등

최대주주가 현금을 쓸어담고 있는 와중에 락앤락의 직원들에게는 해고 통지서가 날아갔다. 락앤락 노사는 지난해 5월부터 임금협상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해 말 안성공장의 갑작스러운 가동 중단은 이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락앤락 노조에 따르면 락앤락은 지난해 11월 6월 안성공장의 가동을 연말에 중단할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일주일 뒤 락앤락은 안성사업장 정규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공고를 내고 직원들과 면담을 가졌다.

하지만 같은달 30일 희망퇴직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인 118명만 대상이라며, 2024년 1월 말까지 신청하지 않은 직원에 대해서는 해고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CHRO 등 임원들이 희망퇴직에 대한 재논의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고 직원들에게 퇴직을 종용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결국 안성공장 희망퇴직 대상자 중 90여 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신청하지 않은 인원 중 일부는 다른 사업장으로 발령이 났다. 그리고 31명은 지난 1월 31일 회사로부터 해고 당했다. 이들은 지난 2월 19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노조는 최근 어피니티 본사 앞에서 여러 차례 시위를 열며 안성공장 해고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락앤락 노조(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락앤락지회)가 서울시 종로구 어피니티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락앤락 노조 제공

손세호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락앤락지회장은 “회사의 성장세가 주춤하기는 하지만 부채도 거의 0에 가까워 사람들을 해고해야 할 만큼 어려운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어피니티가 들어온 후 재투자가 완전히 멈췄다”며 “락앤락의 근간인 밀폐용기에 대한 개발 없이 후발주자의 제품들을 따라하기만 해 오히려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고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성공장뿐만 아니라 해외법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락앤락은 지난해 말 베트남 유리 및 쿡웨어 공장, 중국법인 등의 주재원 일부를 대상으로도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회사측은 만일 이를 거부할 경우 귀임 조치하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손 지회장은 “해외 영업법인의 직원들을 현지화하겠다는 명분 하에 한국인 직원들을 줄이는 것”이라면서 “해외 사업을 축소하는 수순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락앤락은 “지난 5년간 한국사업은 지속적으로 영업손실이 누적되어 왔고 지난해부터는 전사적 차원에서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등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며 “생존을 위해 안성 사업장 운영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됐고, 이에 따라 안성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 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회사는 6차례에 걸쳐 고용안정협의회를 통해 조합과 협의를 진행했다”면서 “3회에 걸친 희망퇴직, 업무 배치 전환, 잔류 인원 증대, 3PL 업체 취업 지원 등을 진행해 해고 규모 최소화 및 해고 회피 노력을 성실히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비즈워치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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