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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칼럼 “윤 대통령 정치 너무 쉽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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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훈 신촌 유세 현장. 미디어오늘 영상 캡처.
▲ 한동훈 신촌 유세 현장. 미디어오늘 영상 캡처.

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 여야는 서로를 향한 적개심을 표출하며 ‘막말’을 쏟아냈다. 특히 ‘말조심’을 강조하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치를 개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라고 육두문자를 사용해 논란이 됐다. 한국일보는 사설을 통해 “상대를 저격하는 막말과 실언으로는 지지층만 열광시킬 뿐, 선거 당락을 좌우할 중도층은 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오히려 ‘혼탁선거’ 부추기는 상황에 아연할 수밖에 없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2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유세현장에서 “정치는 굉장히 중요하다. 여러분 삶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정치를 개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인 거지 정치 자체에는 죄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죄자들이 우리를 지배하면 민생도 없고 정치개역도 없다”며 “범죄자를 심판하는 건 민생이다. 이조(이재명·조국)심판은 민생”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맞섰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상황실장도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한 비대위원장 발언에 “무학대사께서 ‘부처님 눈으로 보면 다 부처로 보이고 돼지 눈으로 보면 다 돼지로 보인다’는 ‘불안돈목’이라는 고사를 남겼다”며 “저희는 남아 있는 기간 동안 내내 품격 있게 국민들 앞에 지지를 호소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 동아일보 1면 기사.
▲ 동아일보 1면 기사.

이어지는 막말에 국민 반응은 냉담했다. 29일자 1면 <심판해 달라더니, 막말부터 쏟아냈다> 기사에서 동아일보는 “선거운동 첫날부터 민생 정책과 공약 대신 날 선 표현으로 서로를 겨냥해 ‘심판론’ 띄우기로만 점철된 여야의 모습에 유권자들은 “똥 묻은 개끼리 싸운다”며 피로감을 드러냈다”고 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박형석씨(31)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아 또 시작이구나,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국민은 뒷전이구나’ 하는 답답함에 환멸감이 든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총선 막판 변수로 막말을 꼽았다. 10면 기사에서 중앙일보는 이재명 대표가 ‘2찍’, ‘팥쥐 엄마’, ‘셰셰’(고맙다) 등의 논란 발언을 나열하며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돌출하는 막말은 어느 선거에서나 최대 변수”라고 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인터뷰에서 “선거에 조급해지면 자극적인 말이 더 나올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막말 경고 사설을 냈다. 29일자 <韓 “정치를 X같이… ” 첫날부터 막말로 시작한 선거운동> 사설에서 한국일보는 “불과 하루 전 ‘몸이 뜨거워지고 말실수하기 쉽다’며 ‘말조심’을 당부한 집권당 대표가 오히려 ‘혼탁선거’를 부추기는 상황에 아연할 수밖에 없다”며 “정치인들이 쓰는 말 대신 5000만의 언어를 쓰겠다던 그가 정작 ‘여의도 문법’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최근 선거판세에 따른 조급함으로 이해할 수도 있으나 그럴수록 정치혐오를 부추길 게 아니라, 절제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언행을 하는 게 맞다”며 “극도로 민감한 선거국면에 정치지도자들마저 사려 깊지 않은 발언을 한다면 정치불신만 깊어질 뿐”이라고 했다.

‘개딸들이 국회, 법원까지 접수하는 날 임박’ 조선일보 경고 칼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칼럼이 엇갈린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을 ‘개딸 눈치 보는 정당’이라는 취지의 비판 칼럼을 썼고 동아일보는 선거 판세 반전의 원인을 ‘윤석열 대통령의 오만’이라 지적하는 칼럼을 냈다.

▲ 29일자 조선일보 칼럼.
▲ 29일자 조선일보 칼럼.

정우상 조선일보 정치부장은 29일 <개딸들이 국회·법원까지 접수하는 날> 칼럼에서 “정동영 대선 패배 이후 모두 캠프를 떠날 때 이 대표는 마지막까지 전국을 돌며 조직을 챙겼다고 한다”며 “순수한 팬클럽이라고 하지만, 2017년 대선 경선 때 손가혁(손가락 혁명군), 2022년 대선 때의 개딸(개혁의 딸) 같은 조직은 조직력과 화력으로 남달랐다”고 했다.

이어 “사람들도 그때 그 사람들이다. 정통들을 이끌었던 정청래는 민주당 지도부가 됐고 또 한 명의 핵심 인사는 이번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여론조사 업체에서 일한다. 또 한 명은 배임수재로 실형을 살다 감옥에서 강제 추행을 했고 최근에는 민주당 경선을 도왔다는 의혹까지 받았다. 몇 년 동안 정계를 떠났던 정동영이 전주에서 공천을 받은 건 우연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개딸 눈치 보는 의원이 100여 명 이상 나올 상황’이라는 위기의식이다. 정우상 부장은 “국회 다수당이 개딸에 접수된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이제 국회마저 접수할 순간이 임박했다”며 “당내 경선도, 여론조사도, 심지어 투표도 준비를 많이 한 조직을 이길 순 없다. (중략) 조직화된 기병 같은 개딸들의 영토 확장이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 “한국사람들 제일 싫어하는 게 권력자가 건방지고 오만한 것”

이기홍 동아일보 대기자는 <한국 국민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 권력자의 오만> 칼럼에서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 29일자 동아일보 칼럼.
▲ 29일자 동아일보 칼럼.

이기홍 대기자는 “불과 2, 3주전만 해도 ‘비명횡사’ 공천으로 야당이 대패할 듯한 분위기였는데 순식간에 야당의 압도적 우세 판세가 형성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오만 이미지’가 다시 부각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고 했다.

이 기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권력자가 건방지고 오만한 것”이라며 “국민은 자기가 뽑은 지도자가 일하다 실수를 저질렀거나 국가경영에 차질을 빚어도 의외로 관대하며 금새 잊어준다. 그런데 국민 앞에서 오만하다든지, 뻔한 거짓말을 한다든지, 가르치려 드는 건 절대 용서치 않는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증원 반발 국면에서 직접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등 ‘나만이 정답’이라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종섭 주호주 대사 관련해서도 이 기자는 “중도층과 온건 보수 시민들 마저도 ‘이대로 출국시키면 야당에 먹잇감이 될 수 있으니 출국은 총선 뒤로 미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으나 대통령은 아랑곳없이 바로 출국시킴으로써 ‘역시 자기 고집대로만 하는 사람’ 이미지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고 했다.

이 기자는 “윤 대통령은 정치를 너무 쉽게 봤다. 외교와 안보, 경제는 전문가들의 말을 들으며 조심스레 꾸려왔는데 정치는 스스로 모든 걸 아는 양 손에 쥐고 흔들려 했다”며 “사실은 가장 어려운 분야가 정치다. 리더십, 사회통합, 반대세력과의 관계, 언론, 선거, 민심관리, 이미지관리 등 모든 게 정치의 영역이고 그야말로 고단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하지만 반전이 아직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기자는 “윤 대통령이 이제라도 그간 오만하게 비친 대목들을 사과하고 달라지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주면 표심은 변할 수 있다”며 “국무회의 등에서 ‘호주 대사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제 본의와 다르게 국민이 납득 못 하는 대목이 있다면 그건 결국 제 책임이다. 귀중한 젊은이의 희생과 관련된 문제였는데 죄가 있고 없고를 떠나 서둘러 내보낸 건 경솔했다’고 유감을 표한다면 국민의 화는 상당 부분 풀릴 것”이라고 희망을 내비쳤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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