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가 신경 쓰이는 분들도 있겠죠?”
28일 오후 5시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 앞.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한 손에 우산을 든 직원들이 하나둘 정문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반대편 후문에는 업무가 남은 직원들이 양손 가득 커피를 들고 건물로 들어갔다.
이날 오후 3시. 경기도 화성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 OCI그룹과 통합에 반대하던 형제(임종윤·임종훈)가 ‘완승’을 거뒀다. 형제가 추천한 이사 5명이 모두 선임됐고 모녀(송영숙·임주현) 측 인물은 아무도 이름을 못 올렸다. OCI그룹은 통합을 백지화했다.
주총이 끝난 후 한미약품 본사 앞에서 만난 직원들은 이 같은 결과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주총 결과를 어떻게 보느냐는 물음에 한 직원은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일”라며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직원은 “누가 이기든 직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며 “형제 측에 반대했던 경영진이야 문제가 될 수 있겠죠”라고 답했다.
지난 25일 주총 표대결을 앞두고 양측이 연일 충돌하던 가운데 한미약품과 계열사 직원 3000여명이 가입한 한미사우회가 모녀 측에 의결권을 위임하겠다고 선언했다. 한미사우회가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약 0.3%에 불과하지만 직원들이 OCI그룹과 통합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어서 상징성이 컸다.
형제 측은 사우회 결의를 두고 “경영진의 부당한 영향력 아래서 이뤄진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도 “경영권을 잡더라도 이분들에게 개인적인 불이익이 돌아가는 일은 절대 없게 하겠다”며 직원들을 다독였다.
경영진은 사정이 다르다. 임종윤·종훈 형제측은 직원들에게 유화적 태도를 보인 것과 달리 경영진 거취와 관련해 말을 아꼈다. 임종윤 측 관계자는 “경영진 쇄신 등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게 없다”며 “차후에 입장문이 나오면 알려드리겠다”고 했다.
형제가 주총 이후 모녀와 화합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현 경영진을 함께 끌어안을 가능성도 남아있긴 하다. 단기간 내 무리한 경영쇄신을 추진하다 조직이 더 어수선해질 수도 있는 점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도 경영권 분쟁이 더는 확대되는 걸 바라지 않는 분위기다.
이날 만난 한 직원은 “내부 직원들은 경영권 분쟁에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하던 석 달간 업무를 충실히 해왔다”면서 “통합에 대한 개인적인 의사를 밝힌 임직원도 있지만 이번 주총을 끝으로 조직 내 갈등이 더 이상 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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