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심민현 기자] “새로운 리더십 필요”
지난 2021년 10월 출범한 인터넷은행업계 ‘막내’ 토스뱅크를 빠른 시일 내에 경쟁력있는 회사로 키워낸 홍민택 대표가 2년 4개월의 여정을 마치고 28일 자리에서 물러난다. 당초 연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홍 대표 스스로 사임을 선택했다.
그는 지난달 15일 임직원들과의 소통 자리에서 “토스뱅크 준비법인부터 흑자전환, 1000만 고객과 함께한 은행으로 거듭나기까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기반을 탄탄히 다졌다”며 “새로운 전기를 맞은 은행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홍 대표 후임으로는 DGB대구은행 최초의 여성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금융권에 널리 알려진 이은미 신임 대표가 지난 2월 21일 낙점, 이날 개최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승인을 거쳐 대표로 취임했다. 임기는 2026년 3월 31일까지로 2년이다.
이 신임 대표는 취임 직후 토스뱅크 임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갖고 “토스뱅크의 혁신 DNA를 이어가며 고객들에게 새로운 은행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자 한다”며 “혁신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이를 증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이 신임 대표가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성공한 전임자의 그림자를 지우느냐가 향후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만큼 홍 대표의 존재감이 회사 내에서 상당했다는 반증이다.
1982년생인 홍 대표는 카이스트(KAIST) 산업공학과 졸업 후 IBM과 딜로이트를 거쳐 삼성전자에서 삼성페이 출시·운영을 담당했다.
2017년 비바리퍼블리카에 합류한 홍 대표는 약 3년간 뱅킹 트라이브 총괄을 지냈고 2020년부터는 토스혁신준비법인 대표를 맡으며 토스뱅크의 예비·본인가 획득과 사업 총괄을 이끌었다. 이후 2021년 10월부터 토스뱅크의 대표를 역임한 그는 이날 대표로서 마지막 업무를 마무리했다.
토스뱅크는 홍 대표의 지휘 아래 출범 이후 21개월 만인 지난해 7월 첫 월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작년 3분기엔 당기순이익 86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흑자도 냈다.
특히 홍 대표가 직접 기획부터 참여한 ‘먼저 이자받는 정기예금‘ 상품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상반기 기준 누적 이용 횟수가 2억4000만회를 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끈 바 있다. 이후 출시된 ‘나눠모으기 통장’, ‘외화통장’ 등도 성공을 거뒀다.
이에 힘입어 올해 1월 기준 고객 수 900만명을 돌파하며 1000만명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작년 수신 잔액에서는 23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2위 케이뱅크(19조6000억원)를 앞서기도 했다. 여신잔액도 1년새 1.43배 늘어나며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취급하지 않고 있는 것을 고려했을때 선방한 수준이다.
올해 만 42세로 은행권 행장 중 가장 젊은 만큼 기존 금융권 문법을 깨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도 안착시켰다. 토스뱅크 직원들은 홍 대표를 “대표님” 대신 “민택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격의 없이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에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불과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토스뱅크는 존폐 위기를 걱정할 정도로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았다. ‘먼저 이자 받는 예금’ 상품을 두고 자금난에 빠진 토스뱅크가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폰지사기’와 같은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돈을 끌어모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홍 대표는 당시 위기설을 일축하며 “우려할 만한 부분이 전혀 없다”며 “수신은 23조원을 넘는 등 다른 시중은행들 대비 유동성 비율이 훨씬 높다”고 하반기 흑자 전환을 자신했고 실제 3분기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아직 작년 실적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금융권에 따르면 4분기에도 흑자 달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한편 홍 대표의 앞으로 행보에 대해선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그가 비바리퍼블리카 내에서 다른 보직을 맡거나 금융권이 아닌 다른 업권으로 옮겨 새로운 도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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