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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교민 A 씨는 최근 샤오펑의 G9을 시승하고 깜짝 놀랐다. 지하주차장에 들어가 자동 주차 모드를 작동시키고 운전석으로 내리자 차량이 스스로 주차 구역을 찾아가 주차를 마치고 시동이 꺼진 뒤 문도 잠갔다. 도로 주행에서도 운전대를 잡을 일이 많지 않을 정도로 자율주행 기능도 뛰어났다. 28일 샤오미는 첫 전기차 ‘SU7’을 출시했다. 애플이 10년 만에 포기한 애플카 사업을 샤오미는 3년 만에 전기차 개발에 성공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짝퉁차’ 오명을 받던 중국 자동차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가장 견제해야 할 대상일 정도로 기술력이 높아졌다.
중국의 기술 굴기는 땅과 하늘·바다를 가리지 않는다. 중국의 고속철도는 최근 시속 450㎞까지 개발됐다. 내년부터 총 1318㎞인 베이징~상하이 구간을 2시간 30분이면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우주항공 분야에서 중국은 2011년 시작한 우주정거장 건설을 2022년 말 완성했다. 미국보다 40년이나 늦게 달 탐사에 나섰지만 먼저 달 뒷면에 착륙하는 기록을 세웠다. 2030년까지는 우주비행사를 달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C919는 중국이 연구개발(R&D) 16년 만에 상용화한 중형 상업용 여객기다. 엔진 등 주요 부품 절반 이상이 수입산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중국은 미국(보잉), 유럽(에어버스)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최근 중국을 넘어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 시험비행도 마쳤다. 군사 분야에서의 항공 굴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왕웨이 인민해방군 공군 부사령관은 최근 양회 기간 첫 번째 스텔스 전략폭격기 H-20에 대해 “곧 개발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 미국까지 운항 가능한 차세대 극초음속 무인항공기(UAV)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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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의 발전과 함께 자율주행 기술도 빠르게 업그레이드돼 중국 도로 곳곳에 무인 택시와 버스도 운행하고 있다. 자율주행 택시는 2022년 11월 상용화돼 운행 가능 지역을 늘려가고 있다. 미래 수단의 정점을 찍을 ‘플라잉카’도 중국은 이미 시범비행 단계를 마치고 상용화를 눈앞에 뒀다. 서울 도심에서 2020년 사람 대신 쌀가마니를 싣고 운항했던 이항, 올해 CES 2024에서 내년 양산을 예고한 샤오펑후이톈 등이 모두 중국 업체다.
바다에서는 LNG선·항공모함과 더불어 3대 고난도 선박으로 불리는 크루즈선까지 띄웠다. 이들 외에도 중국은 한국이 투자 검토 단계에 있는 6세대(6G) 이동통신의 시험 위성 발사에 성공하고 실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꿈의 컴퓨터’로 불리는 양자컴퓨터 역시 미국 패권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중국은 ‘기술 탈취’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입장이다. 반도체·배터리·자동차·디스플레이·조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핵심 기술을 가로챘다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하지만 단순히 남의 기술을 빼돌려서는 현재 위치에 오를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지난해 특허협력조약(PCT) 시스템을 통해 제출된 국제 특허출원 건수에서 중국은 6만 9610건으로 미국(5만 5678건)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기업으로는 화웨이가 2017년부터 7년째 부동의 1위다. 중국은 10위권에 화웨이, BOE(5위), CATL(8위), 오포(9위) 등 4곳이 이름을 올렸다. 화웨이는 2022년 기준 직원의 55%가 R&D에 종사하고 매출액의 25.1%인 1615억 위안(약 29조 9840억 원)을 R&D에 투입할 정도다.
최근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2년도 기술수준평가 결과’에서도 중국이 한국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격차’를 앞세워 중국을 따돌리겠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중국에 뒤처지지 않고 어떻게 따라가느냐가 험난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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