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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사건으로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사건의 배후를 자처한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 ‘이슬람국가호라산(ISIS-K)’이 러시아를 타깃으로 삼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까지 옛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던 것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누적된 데다 체첸 분리주의 세력을 강경 진압하면서 정권을 차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반감 등이 1차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러시아가 극단적 수니파인 IS와 껄끄러운 관계를 보인 시아파 시리아 정부를 지원했다는 점 역시 모스크바를 테러의 무대로 삼은 배경으로 꼽힌다.
24일 외신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IS가 러시아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반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9년 옛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면서부터 ‘반러시아’ 감정이 촉발됐다. 여기에 1990년대 푸틴 대통령이 체첸의 분리주의 세력을 강경 진압했던 역사는 오랜 원한으로 남아 있다. 러시아 정교회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러시아와 달리 체첸 지역에서는 무슬림 비중이 많다. 옛 소련 붕괴 이후 체첸 등 무슬림 지역에서 러시아로부터 분리 독립하려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었던 배경이다. 이때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러시아에서 대중적 인기를 얻고 결국 정권까지 거머쥔 인물이 바로 푸틴 대통령이다.
특히 러시아가 이슬람 시아파 세력인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왔다는 점이 수니파인 IS를 자극했다는 지적이다. 러시아의 지원에 힘입어 시리아는 2017년 자국에서 IS를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CNN은 “시리아에서 수니파를 집요하게 괴롭혔던 아사드는 IS에 치명적인 적”이라면서 “아사드가 권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 러시아의 지원이 이번 테러의 동기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IS는 러시아에 대한 테러 공격을 반복적으로 감행해왔다. 224명이 사망한 2015년 항공기 테러 사건을 비롯해 2017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테러, 2022년 주아프간 러시아대사관 테러 등이 대표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IS의 테러에 적극적인 동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IS는 최근 몇 달 동안 유럽에서 테러를 모의했지만 대부분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러시아는 유럽과는 사정이 확연히 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사실상 모든 전력을 전쟁에 쏟으면서 안보 공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IS가 비교적 쉽게 러시아에 대한 테러를 감행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슬람 테러 운동을 연구하는 하버드대의 베라 미로노바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모스크바를 공격한 것은 상대적으로 쉬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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