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공급망에서 중국만큼 중요한 곳은 없습니다. 중국은 매우 선진화된 제조능력과 숙련된 노동자들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애플과 중국은 매우 융화된 윈윈 관계입니다.”
최근 중국 상하이를 찾은 팀 쿡 애플 CEO의 멘트다. 애플 전체 매출에서 중국 비중은 20%쯤이다. 미국 다음으로 크다. 하지만 2023년 4분기 애플의 중국시장 매출은 208억달러(28조원)로 전년 동기보다 13% 감소했다. 팀 쿡 CEO가 중국을 찾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 시장을 대하는 우리나라 기업의 스탠스도 비슷한 측면이 많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로 ‘탈(脫)중국’을 강요받고 있지만, 포기할 수 없는 큰 시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거점에서 반도체 생산 비중이 크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공장에서 낸드플래시를 40% 생산한다. SK하이닉스도 중국 우시·다롄 공장에서 각각 D램 40%, 낸드 30% 등을 생산 중이다. 지난해 양사가 정부와 합심해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조치의 무기한 유예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 이유다.
SK하이닉스의 중국 매출은 2022년 12조2105억원에서 2023년 10조1101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는 반도체 업황 악화 영향으로, 의도적인 중국 시장 비중 축소는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SK하이닉스의 중국 매출 비중은 2022년 27.4%로 하락했다가 2023년에 30.9%로 올라왔다. 오히려 미국과 유럽에서 매출 감소 폭이 더 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중국 시장에서 맞춤형 TV·가전 제품을 출시하며 수요 창출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중국 최대 가전 박람회인 ‘AWE 2024’에 참가해 현지 소비자를 위한 맞춤형 ‘비스포크’ 가전과 TV 라인업을 선보였다. 특히 AWE에서 선보인 비스포크 가전은 중국 현지 가옥 구조에 맞춰 외관은 슬림하게 디자인하면서도 내부는 짜임새 있는 구조로 활용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중국향 ‘비스포크 냉장고’ 신제품은 중국의 평균적인 주방 가구장 크기에 맞춰 컴팩트한 600㎜ 깊이로 설계했다. 좌·우 4㎜, 상단 9㎜의 공간만 남겨두고 꼭 맞게 설치할 수 있는 ‘제로갭 키친핏’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또 중국 시장 수요와 특수성 등을 이유로 갤럭시S24 기본 모델에 8GB 램이 아닌 12GB 램을 옵션으로 제공한다. 중국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경쟁적으로 램 용량을 늘리면서 기본적으로 12GB 이상 램을 사용하고 있어서다.
LG전자의 경우 AWE 2024에서 YG(Young Generation) 고객을 겨냥한 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중국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스타일러에 의류 구김 제거에 탁월한 핸디 스티머를 추가 내장한 ‘올 뉴 스타일러’를 공개했다. 또 LG 스탠바이미 GO를 출시하고 울트라기어 올레드 게이밍 모니터와 LG 그램(Gram) PRO 노트북, 초소형 포터블 고화질 프로젝터 LG 씨네빔 큐브(CineBeam Qube) 등을 전시했다. 이들 제품은 중국 최대 온라인 가전유통사인 징동(JD.com)을 통해 출시된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우리나라 재계 총수의 중국 방문도 잇따랐다.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한 행보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3월 24일 중국 톈진의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하고 천민얼 톈진시 서기와 면담을 비공개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25일 열린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에도 참석했다.
최태원 회장도 2023년 3월 28일부터 31일까지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 참석해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과 측정’ 세션 축사를 했다.
재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을 장악한 중국 기업과 미중 갈등 심화 등으로 중국 시장에서 국내 대기업의 영향력이 약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큰 시장인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고 기회를 엿보는 모습이다”라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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