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김민재(27, 바이에른 뮌헨)가 이탈리아 세리에A 인터 밀란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인터 밀란은 즉시 영입이 아닌 선임대를 원한다.
이탈리아 매체 ‘블라스팅 뉴스’는 24일(한국시간) “인터 밀란이 김민재의 영입을 원한다. 과거 첼시에서 로멜루 루카쿠를 영입한 방식과 유사하게 김민재를 임대로 데려올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대신 완전 영입 옵션을 확실하게 달아 당장 재정적인 부담을 줄이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재를 향한 인터 밀란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인터 밀란이 프란체스코 아체르비의 대체자로 김민재를 영입하는 걸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아체르비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나폴리와 경기 도중 후안 제주스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경기 당시 둘이 신경전을 벌인 뒤 제주스가 주심에게 다가가 유니폼 소매에 부착된 인종차별 금지 패치를 가리킨 게 중계 영상에 잡혔다.
제주스의 항의가 정확하게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현지 언론은 아체르비의 입모양을 통해 ‘깜둥이’라는 속어를 사용했다고 입을 모은다. 아체르비는 제주스의 주장에 “인종차별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제주스가 오해를 한 것 같다. 나는 결코 인종차별 발언을 하지 않았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내가 제일 잘 안다”라고 했다.
상반된 의견 속에 아체르비는 이번 논란으로 이탈리아 대표팀에서도 낙마했다. 3월 미국에서 열리는 베네수엘라, 에콰도르와 두 차례 A매치 평가전을 치르는 이탈리아는 명단에 포함됐던 아체르비를 제외했다. 이탈리아축구협회는 “아체르비는 인종차별 의도가 없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이번 A매치에 빠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체르비는 최악의 경우 출장정지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 세리에A 규정에 따르면 인종차별 발언이 유죄로 인정되면 최소 10경기부터 출장정지 징계가 주어진다. 아체르비가 장기간 이탈할 때를 대비해 김민재를 살피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 나폴리를 통해 세리에A에서 보여준 기량이 있어 김민재를 신뢰한다.
김민재는 나폴리에서 뛴 세리에A 35경기에서 3,055분을 소화했다. 수비력과 관련한 기록을 보면 경기당 1.6회 태클, 1.2회 가로채기, 3.5회 클리어링 등 우월한 모습을 보여줘 나폴리 팬들로부터 ‘철기둥’이라는 칭찬을 들었다. 이런 활약으로 나폴리가 33년 만에 세리에A 트로피를 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시즌 전체 45경기에 나서 2골 2도움으로 공수에 걸쳐 영양가가 높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이런 활약이 1년 내내 이어지면서 세리에A 사무국은 지난 시즌 리그 최우수 수비수로 김민재를 공식 선정했다. 2019년 처음 제정된 올해의 수비수상이었기에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 받는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이를 통해 지난해 축구선수 개인상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프랑스풋볼 발롱도르에서 22위에 오르기도 했다. 수비수로서는 전 세계 1위에 해당하는 쾌거였다.
나폴리의 핵심 자원으로 우승을 달성한 김민재의 등장으로 유럽 이적시장이 들썩였다. 결과적으로 5,000만 유로(약 725억 원)를 투자한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었다. 김민재는 나폴리에서 그랬던 것처럼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바로 주전으로 도약해 독일 분데스리가에 순조롭게 안착했다. 매 경기 풀타임을 소화하느라 오히려 혹사 걱정을 들을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벤치로 전락했다.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합류한 에릭 다이어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고 3옵션으로 내려앉았다. 제자리를 찾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다이어에게 주전 자리를 내준 김민재는 ‘T 온라인’을 통해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은 내가 컨디션이 좋지 않더라도 항상 출전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다르다”며 “동료들의 경기력이 좋으면 내가 빠질 수 있다. 그만큼 바이에른 뮌헨에는 좋은 선수가 정말 많다. 내가 못 뛸 수도 있다”라고 받아들였다.
김민재는 차분하게 제자리를 찾길 원하지만 워낙 기본 실력이 있다보니 이적설로 번지고 있다. 앞서 영국 언론을 중심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김민재 영입에 다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지난해 여름 김민재 영입을 희망했으나 바이에른 뮌헨에 밀렸다.
여기에 아체르비 사태로 센터백 보강이 필요한 인터 밀란도 가세했다. 김민재는 인터 밀란에서 충분히 주전으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이다. 블라스팅 뉴스는 “김민재는 아체르비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고 파바르, 알레산드로 바스토니와 스리백도 형성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지금도 세리에A에서 최고 수준인 인터 밀란의 후방이 더 경쟁력 좋아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물론 반대 목소리도 있다. 인터 밀란의 전설 쥐세페 베르고미는 “스리백 중앙 수비수라면 김민재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김민재는 수비 라인을 통솔하거나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속도와 수비력이 좋지만 다른 능력이 필요하다. 나라면 김민재를 영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재가 나폴리에서 뛰던 시절 호평을 아끼지 않았던 베르고미였는데 이번 이적설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김민재는 신뢰할 수 있으며 세리에A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폴리에 비해 인터 밀란은 뒤에서 나가는 시작점이 다르다. 여기서는 아체르비가 뛰던 가운데보다 오른쪽 스토퍼가 낫다”고 아체르비의 직접적인 대체자로 바라보지 않았다.
물론 이런 전망도 인터 밀란이 바이에른 뮌헨을 설득했을 때 이야기다. 바이에른 뮌헨이 1년 만에 김민재를 임대로 포기할지 의문이다. ‘푸스발 트랜스퍼’는 “김민재는 최근 주전 자리를 잃었지만 바이에른 뮌헨에서 살아남을 자질이 충분하다. 바이에른 뮌헨은 쉽게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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