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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훈풍?…K반도체, 마냥 웃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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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국내 반도체 업계에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SK하이닉스에 이어 올해 1분기에는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사업 흑자 전환에 성공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두 기업의 주가도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훈풍이 미국에서 불어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콘퍼런스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치켜세웠다는 점이 이슈가 됐습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발표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마이크론은 업계에서 가장 먼저 분기 실적을 발표해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풍향계로 여겨지는데요. 이에 따라 삼성과 SK 역시 앞으로 호실적을 보일 거라는 기대감이 커진 셈입니다.

젠슨 황의 ‘개인 승인 도장’…마이크론의 호실적

이번 주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건 역시 엔비디아였습니다. 엔비디아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었던 개발차 콘퍼런스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2024’에 이목이 쏠렸는데요. 특히 국내에서는 이 자리에서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치켜세웠다는 점이 화제가 됐습니다.

젠슨 황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메모리 반도체 생산국”이라며 “앞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엄청난 성장 사이클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젠슨 황이 삼성전자의 HBM 제품에 대해 “검증 단계에 있다”고 한 발언이 주목받았는데요. 이 소식이 전해진 날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올랐습니다.

현재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데요. 이 엔비디아 제품에 들어가는 HMB를 지금까지는 SK하이닉스가 납품해 왔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그간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지 못했고요. 하지만 이날 젠슨 황의 발언으로 향후 삼성전자 역시 엔비디아에 HBM 제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겁니다.

/사진=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 SNS 캡처.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는 한진만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미주총괄 부사장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진이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GTC 2024’ 행사에서 젠슨 황이 삼성전자 부스에 들러 HBM3E 12단 실물 제품에 ‘젠슨이 승인함(Jensen Approved)’이라고 적은 사진입니다. 한 부사장은 이에 대해 “삼성의 HBM3E에 대한 황 CEO의 개인 승인 도장을 보게 돼 기쁘다”고 표현했습니다.

이어 미국에서 또 하나의 희소식이 들려왔는데요. 메모리 업계에서 ‘실적 풍향계’로 꼽히는 미국 마이크론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겁니다. 마이크론은 2024년 2분기(지난해 12월~올해 2월)에 매출 58억2400만달러, 영업이익 1억9100만달러, 순이익 7억93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확연하게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데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이런 흐름에 따라 호실적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실제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2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올해 1월부터는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 기조로 돌아섰다”고 언급하기도 했죠. ▶관련 기사: 주주 불만 속 “2~3년 내 반도체 1위 되찾겠다”는 삼성의 포부(3월 20일)

미국 정부, 인텔에 26조원 지원…불안한 K 반도체

이처럼 국내 반도체 업계 분위기가 되살아나고 있기는 하지만 일각에서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업계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당장 엔비디아 CEO의 한마디로 국내 업체들의 주가가 치솟았다는 점만 봐도 미국 기업들에 주도권을 뺏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있습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인텔 오코틸로 캠퍼스에서 인텔에 대한 지원을 직접 발표해 주목받았는데요. 미국 반도체법을 통해 인텔에 무려 195억 달러(약 26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입니다. 삼성전자가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60억 달러(약 8조원), 대만 TSMC의 50억 달러(약 6조원)를 합친 금액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입니다.

업계에서는 미국 바이든 정부가 세계 반도체 패권 회복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의 리더십 재확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겁니다. 인텔은 이런 정부 지원 등을 바탕으로 향후 5년간 애리조나와 뉴멕시코, 오하이오 등에 1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인텔에 이어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 역시 대규모 지원을 받을 수 있을 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인텔은 얼마 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선언하면서 눈길을 끈 기업인데요. TSMC가 장악한 이 시장에서 오는 2030년까지 세계 2위로 올라서겠다고 자신했습니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 2위는 삼성전자인데 결국 삼성전자를 제치겠다고 선언한 셈입니다.

메모리 업계 3위인 마이크론의 경우 얼마 전 엔비디아에 HMB을 공급한다고 깜짝 발표한 바 있죠.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국 기업끼리 손을 잡았다는 해석도 내놨습니다. AI 산업 확대로 당분간 HMB 시장이 급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엔비디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흐름이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 달가울 리 없습니다. 그간 국내 업체들이 강세를 보여왔던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이 성장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부가 우리 기업들에도 적지 않은 보조금을 준다고는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입니다.

물론 국내 기업들도 이런 변화에 대응하며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주총을 통해 향후 2~3년 안에 반도체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이를 위해 2030년까지 기흥 연구개발 단지 등에 20조원을 투입하는 등 과감한 투자에 나서겠다는 계획입니다.

SK하이닉스 역시 내년 3월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시설을 착공할 계획입니다. 이를 시작으로 오는 2046년까지 120조원 이상을 투자해 총 4기의 팹(반도체 생산시설)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는 등 전열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미국이 주도해 변화를 맞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K 반도체는 다시 한번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그간 여러 번에 걸쳐 벌어졌던 국가 간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았던 경쟁력을 다시 한번 발휘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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