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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의료전달체계 개편에 쏠리는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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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 사진 = 보건복지부
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 사진 = 보건복지부

비상진료체계 가동 이후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집중이 완화되고 환자 중증도에 적합한 의료 전달체계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의료체계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2024.03.13.

전공의들의 집단 근무지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는데요. 정부는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정상적으로 굳어진 의료 전달체계를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는 판단인데요.  

◇”아프면 대형병원부터”…왜곡된 의료 전달체계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통상적으로 상급종합병원(3차 의료기관)과 중형 병원 및 종합병원(2차), 동네 병·의원(1차)으로 구분합니다.
 
일반적으로 1차에서 3차로 갈수록 의료기관의 규모가 커지는데요. 의료법 제3조는 각 병원을 구분하는 기준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우선 병상 30개 미만의 병·의원은 주로 외래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하는데요. 이를 1차 의료기관으로 분류합니다.
 


2차 의료기관은 일부 병원과 종합병원이 해당합니다. 병상 30개 이상을 갖춰 입원 진료를 수행하는 일부 병원과 100개 이상 500개 미만의 병상을 갖춘 종합병원 중 진료과목 4개 이상, 전문과목 2개 이상인 곳이 2차 의료기관으로 분류됩니다. 
 
3차 의료기관은 상급종합병원을 말합니다. 병상 500개 이상을 갖춘 종합병원 중 진료과목이 20개가 넘고 각 과목마다 전문의를 둔 곳으로 보건복지부가 3년마다 여러 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지정합니다. 이른바 빅5로 불리는 병원들이 바로 대표적인 상급종합병원입니다. 2024년 기준 47개 기관이 제5기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 사진 = 보건복지부
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 사진 = 보건복지부

병원을 갈 때도 이 순서에 따르는 게 원칙입니다. 국민건강보험법,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등 관련 법령은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때 일정한 순서를 따르도록 정하고 있는데요. 간단히 말하면 규모가 작은 1차 의료기관부터 진료를 밟아나가야 합니다. 상급종합병원 이외의 의료기관에서 1단계 진료를 받은 뒤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도록 한 거죠. 
 
이에 따라 건강보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해당 의료기관에서 진료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이 적힌 건강진단·건강검진 결과서 또는 요양급여의뢰서(진료의뢰서)를 건강보험증과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요양급여의뢰서 없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받으면 보험급여가 보조되지 않습니다. 진료비 전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건데요. 다만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응급환자나 분만이 필요한 산모 등은 예외적으로 의뢰서 없이 상급종합병원을 1단계 의료기관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 사진 = 뉴스1
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 사진 = 뉴스1

◇’상급병원+수도권’ 과도한 환자 쏠림, 막으려면 
 
문제는 지나치게 많은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중 상당수는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1·2차 의료기관에서 충분히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경증질환자인데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요양급여의뢰서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이 요양급여의뢰서를 발급받는 데는 별다른 비용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1·2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원하기만 하면 무료로 요양급여의뢰서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환자들의 의료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인데요. 

아울러 우리나라는 1·2차 의료기관과 상급종합병원 간 진료비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정부가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의료수가를 낮은 수준으로 통제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굳이 상급종합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환자들이 1·2차 의료기관이 아닌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실제 경·중증에 상관없이 상급종합병원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한데요. 지난 15일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의료개혁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최수경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혁신센터장은 3차 의료기관 이용 입원 환자의 44%, 외래 환자의 64%가 1·2차 의료기관에서 진료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환자가 몰리다 보니 상급종합병원의 의료서비스에 과부하가 걸릴 지경입니다. 지난 2022년 10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의 평균 대기기간은 △2018년 66일 △2019년·2020년 70일 △2021년 71일 △2022년 74일 등으로 거듭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같은 기간 상급종합병원의 1인당 외래진료 평균 시간은 ‘5분’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두달 넘게 진료 순서를 기다린 대가로 고작 5분 동안 의사 얼굴을 볼 수 있는 상황인데요. 

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 사진 = 대통령실
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 사진 = 대통령실

◇정부의 의료 전달체계 개편 의지…성공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제는 상급종합병원에 가기가 조금 더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최근 정부는 의료 전달체계 재편과 지역간 의료격차 해소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특히 지난달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을 비롯한 의료계의 공동행동이 시작되면서 정부는 비상진료체계 돌입 선포와 함께 붕괴된 의료 전달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재차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정부는 전공의 이탈로 인해 심각한 진료인력난을 겪고 있는 대형병원 대신 1차 의료기관을 이용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는데요. 한 정부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에 가도 중증이 아니면 지역 병·의원으로 옮겨질 수 있다”며 “가벼운 증상은 동네 병·의원을 이용해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또 오는 하반기부터는 지역의료 혁신 시법사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환자가 중증·응급도에 맞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1~3차 의료기관 체계를 개편하고 기관 간 진료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2차 병원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하고 보상 및 지원을 늘릴 방침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지역 거점병원을 권역 필수의료 중추 기관으로 육성 △특수·고난도 전문병원 특화 △인센티브 구조 개편 △1·2차 병원에 환자 이송 시 전액 본인 부담이었던 ‘구급차 이용료’ 전액 지원 등을 제시했습니다.
 
지난 1월부터는 인하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울산대병원 등 3곳을 대상으로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중증진료체계 강화사업은 협력 진료 이용, 중증 진료 강화, 환자 건강 결과, 환자의 이용 경험 등을 통해 성과 강화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입니다.
 
의료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를 상급·수도권 병원 중심의 의료쏠림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데요. 그러나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합니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의료 전달체계 개편 시도가 있었지만 매번 결과가 미흡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지난 2016년 1월 대형병원 환자 쏠림 완화, 1차 의료 기능 강화, 의료자원의 효율화 등을 목표로 하는 의료 전달체계 개선 협의체가 정부 주도 하에 출범한 바 있는데요. 하지만 의료기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허용 범위를 두고 이해관계자 간 입장 차를 끝내 좁히지 못한 채 빈 손으로 돌아서야 했습니다.

글: 법률N미디어 인턴 이다겸
감수: 법률N미디어 엄성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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