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KT&G와 최대주주 기업은행이 정기주주총회에서 2인의 이사 선임을 놓고 표 대결을 앞둔 가운데, 2대 주주 국민연금이 양측의 제안에 반반씩 표를 나누기로 결정했다.
특히 기업은행이 추천한 손동환 사외이사 후보(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국민연금과 함께 주요 해외 의결권 자문사의 지지를 받으면서 KT&G의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이하 수책위)에서는 오는 28일 KT&G 정기주주총회에서 방경만 사장 후보 선임 건과 손 후보 선임 건에 총 의결권을 각 2분의 1씩 나눠 찬성표를 행사키로 했다. 또한 사측이 사외이사 후보로 임민규 후보에게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손 후보는 기업은행이 추천했으며, 나머지 두 후보는 현 KT&G 이사회가 추천한 인사다. 수책위는 이 같은 결정에 “주주 권익 증대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나눠 행사한 이유는 올해 KT&G 주주총회에서 추천된 총 3명의 이사 가운데 2명을 선임하기 때문이다. 특히 다수 이사직에 대해 그 자릿수만큼 주주에게 복수 의결권을 주고 몰표도 허용하는 방식인 ‘집중투표제’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KT&G 주주총회에서는 각 1명씩의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총 2인을 선임해야 하기에 1주당 의결권 2개를 행사할 수 있다.
방경만 사장 후보, 국민연금 지지·집중투표제로 선임 가능성 높아져
2대주주 국민연금(지분 6.64%)이 사측과 기업은행이 추천한 이사에 반반씩 표를 물어줄 것을 예고하면서 두 후보 모두 주총에서 선임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KT&G는 기업은행을 상대로 이사 선임을 두고 다투고 있다. 양측은 최근 의결권 대리 행사권유 공시를 통해 상대방이 추천한 이사 후보를 반대하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공시를 통해 방 대표에 대해선 반대를, 추천한 손 후보 선임에는 찬성해 줄 것을 주주들에게 요청했다.
기업은행은 “방 수석 부사장 선임 후 KT&G 영업이익이 20% 이상 줄었고, 사외이사 외유성 출장 등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자사주를 활용한 우호 지분 확보 결의 등으로 미뤄 현 이사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에도 심각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KT&G에선 방 후보에 대해 “유일한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서 엄격한 심사와 검증을 거친 대표이사 사장 방경만 선임의 건에 찬성해 주시길 바란다”며 “이사회가 추천한 임민규, 곽상욱 후보자는 당사 경영에 반드시 필요한 전문성을 균형 있게 갖춘 분들”이라고 말했다.
또한 손 후보에 대해서는 “후보 심사·검증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주주 제안 후보가 선임되는 것은 사회 전문성, 운영 효율성 및 합리성 저해를 야기한다”며 반대를 권고했다.
다만 방 후보의 경우 집중투표제에 따라 사측의 몰표를 받는다면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절반과 함께 사측이 보유한 지분을 모두 방 대표에게 몰아줄 경우 20% 표를 확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2023년 12월 기준 KT&G의 주요 주주는 KT&G 및 우호지분(사내기금·산하재단 포함) 18.3%, 기업은행 7.11%, 국민연금 6.64%, First Eagle Investment Management 6.1%와 소액주주 59.3% 등이다.
국민연금·해외 의결권 자문사 지지 얻은 기업은행 사외이사 선임 불가피?
방 후보와 함께 이번 주총을 통해 KT&G 이사회에 진입 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 기업은행이 추천한 손 후보가 거론된다. 손 후보 선임에 대해 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공통적으로 찬성을 권고하면서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약 60% 지분을 차지하는 KT&G 소액주주들 가운데 44%는 외국인이다. 통상 외국인들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 루이스의 의견을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이 두 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방 후보의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지만, 손 후보의 사외이사 선임에는 모두 찬성을 권고했다.
ISS는 리포트에서 손 후보에 대해 “판사 및 법률 전문가로서의 손 후보의 이력은 KT&G의 거버넌스 관련 사안을 평가하는 데 적합할 것”이라며 손 후보의 사외이사 선임으로 KT&G가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표 대결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면서 KT&G의 속내가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기업은행이 추천한 손 후보에 절반의 표를 주면서, 방 후보와 함께 임 후보까지 이사회에 진입 시키는 것이 보다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 의결권 자문사에서 손 후보에 선임에 찬성을 권고한 상황이라, ‘경영공백’을 우려한 사측이 방 후보에 표심을 모을 경우, 임 후보의 이사회 진입은 더욱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손 후보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표와 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찬성 권고에 따라 사측이 당초 제안한 2인 이사회 진입은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추후 방 후보와 사외이사 후보 선임 중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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