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정기주주총회에서 배당 및 정관변경안을 놓고 표 대결을 펼친 영풍과 고려아연이 이번에는 ‘유상증자 신주 발행’을 두고 소송전에 돌입했다.
영풍은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을 상대로 진행한 고려아연의 신주 발행이 경영상 목적이 아니라 현 경영진의 경영권 유지·확대로 사적 편익를 도모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신사업 확장을 위한 설비투자에 쓰고 있고 오히려 영풍이 회사의 미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6일 영풍이 서울중앙지법에 ‘신주 발행 무효의 소’를 제기했다고 지난 20일 공시했다. 대상이 되는 주식은 액면금액 5000원 보통주식 약 100만주 가량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해 9월 고려아연은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한 신주(104만5430주)를 현대차그룹 해외법인인 HMG글로벌에 니켈 공급망 관련 파트너십 강화 일환으로 배정했다.
영풍 “경영권 방어 위한 유상증자..정관상 합작법인 기준에도 부적합”
영풍은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 주주를 배제하고 제3자에게 신주 발행을 할 경영상 목적이 인정되지 않아 해당 신주의 발행은 무효”라며 “경영상 목적이 아닌 현 경영진의 경영권 유지 및 확대라는 사적 편익을 도모한 위법 행위”라고 설명했다.
또한 HMG글로벌은 고려아연 정관에 규정된 ‘외국인 합작법인’으로 볼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영풍은 “고려아연 정관에 규정된 ‘외국의 합작법인’은 고려아연이 당사자로 참여한 합작투자 계약에 따라 설립한 합작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풍은 이 밖에도 “(고려아연은) 한화 H2에 대한 유상증자에 이어 지난해 11월엔 자사주 109만6444주(6%)를 ㈜한화, ㈜LG화학 등의 자사주와 상호교환하고 한국투자증권 등에 매각해 우호지분 10.7%를 확보했다”며 “현 경영진 측과 우호주주의 지분을 27.31%까지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영풍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HMG글로벌에 신주 104만5430주(약 5%)를 배정하면서 영풍 측의 지분율을 넘어섰다. 실제 지난 2022년 6월 기준 영풍 측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5.22%로 고려아연 경영진과 우호주주 지분율(18.74%)보다 2배 가량 높았으나 지난해 9월 이후 영풍 측은 31.57%, 고려아연은 32.10%로 역전됐다.
고려아연 “신주인수 자금 신사업·기술에 투입해..적법한 절차로 진행”
이에 대해 고려아연도 보도자료를 통해 영풍의 주장을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HMG글로벌에 대한 제3자 배정은 회사의 합리적인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상법 등 관련법규와 회사의 정관을 토대로 충분한 검토를 거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라고 밝혔다.
특히 HMG글로벌의 신주 인수로 확보한 자금은 실제 니켈 제련소 건설 등 신사업과 기술경쟁력 강화에 투입해 신주발행 당시 의도했던 경영상 목적이 성공적으로 구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의 주장은 사업 측면에서 대체 불가능한 새로운 기회로써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와의 협업을 통한 이차전지 밸류체인 구축 등 기술적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이를 애써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풍 측 법적대응에 대한 모순도 언급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이 당시에는 아무런 반대도 않다가 지금에서야 소송을 제기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최근 주총에서도 HMG글로벌의 임원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도 찬성했는데, 자기모순이자 자가당착”이라고 주장했다.
주총서 1라운드에선 ‘무승부’…2라운드 유증 신주발행 두고 법원에서는?
이번 소송에서 영풍이 승리할 경우 고려아연은 우호지분 확보가 더 어려워질 것로 보이지만, 반대로 고려아연이 이길 경우 새로운 신사업 확장과 우호지분 확보에도 속도를 낼 수 있어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특히 고려아연이 이번 소송에서 패소한다면 향후 경영권 분쟁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5%에 달하는 현대차그룹 우호지분이 빠지게 되는 것은 물론, 선례가 생겨 영풍 측에서 추후 동일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만큼 고려아연이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한 추가적인 우호지분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쟁을 최근 고려아연 주총에서 벌인 표 대결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앞서 영풍은 고려아연과 지난 19일 주총에서 배당금 확대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요건 변경 안’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이 중 배당은 고려아연이 제안한 안건으로 통과 됐으며, 유상증자 요건 변경 안은 영풍의 뜻대로 부결되면서 무승부로 끝났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경영권 분쟁의 경우 일반적으로 주주총회에서 패소하거나 무승부로 끝날 경우 소송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판결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소요 될수 있어 잡음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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