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한미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은 주주를 무시한 결정이라고 지적하며 주주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의결권을 지원해 힘을 실어준다면 한미를 5년 안에 순이익 1조원을 내는 회사로 만들기 위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유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실패하면 물러날 것이란 약속도 했다.
공시 없는 인수합병 진행…”67% 주주 무시”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저희가 이번에 주주제안을 하지 않았더라면 67%의 주주가 무시당할 뻔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미사이언스는 이사회 결의로 구주매각, 현물 출자, 신주발행 등을 통해 OCI그룹과 한미약품의 통합에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송영숙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744만674주를 OCI홀딩스에 매각한다. 추가로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주식 677만6305주를 출자하고 그 대가로 OCI홀딩스 지분 10%를 받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OCI홀딩스에 한미사이언스 신주 643만4316주를 발행하기로 했다.
이 같은 통합 발표 이후 임종윤·종훈 사장은 신주발행을 금지해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했다. 신주를 발행하면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의 대주주가 되는데 이는 경영권이 넘어간 인수합병(M&A)거래이고, 주주총회의 특별결의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실제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이 진행되면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임종윤 사장은 “가처분 관련해서 한미그룹과 OCI그룹 측에서 제출한 자료를 봤는데 유상증자의 타당성을 적어놨다”며 “유상증자와 인수합병은 같지 않은데 유상증자의 타당성에 관해 얘기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일괄적인 계약으로 인수합병이 진행돼야 하는데 계약을 나눠서 유상증자는 문제가 없고 개인 간 거래는 개인 거래이니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며 “그런데 법정에서는 합병에 대한 계약 전문이 제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실질적으로 OCI홀딩스가 한미그룹을 인수하는 것인데 이사회 의결로 승인할 수 있는 유상증자와 개인간의 거래를 섞어 공시 의무와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회피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도 전반적인 계약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진행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임종윤 사장은 “어머니와 동생은 이번 합병 이후 경영권이 유지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경험이 좀 없으시다 보니까 검토가 덜 된 것 같아 안타깝다”며 “개인적으로 이번 건은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불완전거래로 보인다”고 말했다.
‘1조원’ 투자유치 공약 내걸고 지원 요청
임종윤 사장은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 본인들에게 의결권을 모아달라고 요청하면서, 한미사이언스 성장을 위한 계획을 제시했다. 이번 정기주총에서는 임종윤·종훈 형제와 송영숙·임주현 모녀간 표대결이 열릴 예정이다.
송영숙 회장과 우호지분을 합한 의결권은 32.95%, 임종윤·종훈 사장과 우호지분을 합한 의결권은 25.86%로 형제 측이 소폭 불리한 상황이다. 다만 이사 선임을 위한 보통결의를 충족하는 의결권은 양측 모두 확보하지 못했기에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국민연금, 소액주주의 표심에 따라 결과가 갈릴 수 있다.
주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앞서 임종윤·종훈 형제는 한미사이언스를 5년 안에 순이익 1조회사로 만들어 시가총액 50조원에 진입하고, 장기적으로는 제2의 현대차그룹처럼 시가총액 200조원 수준에 진입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임종윤 사장은 “주주환원을 위한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지급 등 주주환원정책은 순이익을 올려야 할 수 있다”며 “지난해 북경한미약품에서 25%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이 경험을 그룹 전체로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들도 제시했다. 임 사장은 “주총에서 저희 뜻에 동의해 주신다면 100개 이상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1조원의 투자금도 유치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계획이지만 확실한 약속이란 것을 강조하기 위해 직을 걸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했다.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에게도 수탁자 책임 원칙을 강조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임 사장은 “국민연금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증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한미그룹과 OCI그룹이 합병하면 분쟁이 지속할 가능성이 있어 국민연금이 깊은 고려를 해서 올바른 쪽으로 의결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만약 이사회 진입에 실패하더라도 추후 임시주총을 여는 등 꾸준히 주주제안을 이어나간다는 방침도 밝혔다.
임종훈 사장은 “정기주총 표대결에서 패한다면 이후에 임시주총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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