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내주 정부 회의 참석을 이유로 21일 귀국했다. 법무부의 출국금지 해제로 지난 10일 호주 부임을 위해 출국한 지 11일 만에 돌아온 것이다.
이 대사는 이날 오전 싱가포르를 경유한 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취재진에 “임시 귀국한 것은 방산 협력과 관련한 주요국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함”이라며 “체류하는 동안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일정이 조율이 잘 되어서 조사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와 관련해 제기됐던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해서는 이미 수 차례에 걸쳐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렸다”고도 말했다.
이 대사는 취재진의 연이은 추가 질문에 뚜렷한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수사 문제는 수사기관에서 말씀드리겠다”고만 말하고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 대사가 귀국 사유로 밝힌 회의는 오는 25일부터 호주를 비롯해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카타르, 폴란드 등 6개국 주재 대사가 참석하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다.
외교부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공동 주관으로 주요 방산 협력 대상인 이들 6개국 주재 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현지 정세와 시장 현황, 수출 수주 여건, 정책 지원방안 등을 논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산 협력을 주제로 일부 공관장들만 별도로 모아 국내에서 회의를 연 전례가 없어 이 대사의 조기 귀국을 위해 급하게 소집된 회의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이 대사는 내달 10일 총선 무렵까지는 국내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야당 의원들은 이날 새벽부터 인천공항에 집결해 이 대사 도착을 기다리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홍익표 원내대표·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 등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 의원 10여명은 ‘피의자 이종섭 즉각해임! 즉각수사!’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이 대사 임명 철회와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등을 촉구했다.
홍 원내대표는 “애초부터 호주 대사 임명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정부·여당이 선거를 앞두고 민심이 나빠지고 선거에 불리하다고 판단해 급히 귀국시키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대사가 한국에 들어온 것 자체가 핵심이 아니라 젊은 장병의 죽음을 밝히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이미 국정조사와 특검법이 발의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지시가 있었는지, 대통령의 부당한 수사 개입이 있었는지도 밝혀야 한다”며 “이 대사 귀국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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